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대체 축산물 개발, 관련 시장 급성장에
‘meat’ 사용 반대 등 명칭 논란도 가열
명확한 정의·용어 확립 무엇보다 중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축산물이란 ‘식육·포장육·원유·식용란·식육가공품·유가공품·알가공품’을 말하고, 식육이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축의 지육, 정육, 내장, 그 밖의 부분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즉 식육을 비롯한 축산물은 인간이 사육하거나 관리하는 가축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체 축산물 개발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러한 명칭에 대한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축산단체는 식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에 스테이크나 소시지 같은 이름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식물기반 대체식품의 '낙농용어 사용제한' 법안을 놓고 전통 축산업계와 관련 식품업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축산업계와 식육업계도 대체제로 만든 일명 대체육에 ‘meat’라는 용어 사용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대체제로 생산한 제품에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이러한 명칭 논란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두유라는 명칭의 논쟁이다. 미국의 콩 식품 제조업체들은 두유라는 개념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우유생산단체는 식물 소재에 milk라는 단어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유럽 의회는 우유로 만든 제품에만 우유·버터·치즈 등의 용어를 쓸 수 있고 두유·두부 버터·식물 치즈 등의 상품명을 바꾸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식물에서 유래한 소재에 축산물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목적에 의문이 있다. 예컨대 두유,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 코코넛 밀크, 라이스 밀크 등이 우유만큼 좋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우유의 단점을 대체한다는 의미인지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라면 그 이름을 쓰지 않으려 할 것이고, 좋은 의미라면 그 이름을 쓰고자 할 것이다. 축산물 용어 논란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식물 소재로 제조한 식품에 ‘유(乳)’ 또는 ‘milk’라는 용어를 쓰는 목적이 젖소에서 착유한 우유만큼 맛과 건강 등에 좋은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 쓰지 못하게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우유의 단점을 대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부정적 의미를 가진 축산물의 이름을 왜 쓰는지 묻고 싶다. 과거에는 두유가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는 우유 대용품 정도의 의미를 가졌다가 현재 축산물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의미를 더 크게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식물성 소재로 제조한 식물 버터·식물 치즈도 동물성 소재의 단점을 보완해서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이라는 포지션을 차지하고자 한다면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이 옳다. 대체육·배양육도 전통식육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이를 보완하는 유익한 식품이라는 포지션을 가진다면 축산업계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독일은 맥주 순수령을 통해 맥주는 기본적으로 물과 맥아, 효모, 홉으로 제조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맥주의 명확한 정의를 지켜냈다. 그래서 맥주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낸 발포주가 인기몰이를 하지만 맥주라는 이름과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일찍이 지리적표시제를 도입해 프랑스 와인의 품질과 자존심을 지켜냈고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샹파뉴)라는 이름을 쓰게 하는 독점권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막걸리를 라이스 와인이라 칭하고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로 만든 술에 와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실정이다. 아직 국내는 상표권과 지적재산 등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축산물에서는 버터와 마가린을 예로 들 수 있다. 버터는 우유의 유지방을 주성분으로 제조하고, 마가린은 버터의 대용품으로 주로 식물성 기름으로 제조한다. 마가린이 버터의 대용품으로 개발됐지만 버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동물성 우지·돈지를 대신해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었지만 쇼트닝이라는 용어는 식물성 기름의 의미로 굳어졌다.

이런 유사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 식품의 용어에 대한 법률적 논의와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체 축산물 용어에 대해 더욱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축산식품을 연구하는 한국축산식품학회도 대체 축산물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시장질서의 혼란이 크게 우려되는 만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들이 해외 사례 등을 참조해 국내 축산업계와 식품·유통업계의 고른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고민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오랜 기간 사용한 제품의 이름과 최근 새로 생긴 배양육 같은 용어의 사용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대체 축산물의 연구와 산업화를 배척해서도 안 되고 관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은 더욱 장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축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대체 축산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용어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축산업계는 우리 것이니 무조건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등 극한의 대립으로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축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비판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받기 위해 노력함이 옳을 것이다. 식품업계도 과도한 축산물 공포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 만약 축산물의 부정적인 부분을 건전한 것으로 대체하고자 주장한다면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이 옳다. 싫다면서 그 존재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이유를 묻고 싶다. 우유가 있어야 두유 시장이 존재할 수 있고, 식물유래 식품이 건강식품이 될 수 있는 것은 동물성 식품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