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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재난지원금 소외, 농민 삶이 무너진다이상길 논설위원, 농정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지난달, 코로나 19로 인한 겨울수박 농가의 피해를 취재하러 경남 함안에 갔던 후배 김경욱 기자는 “농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며 가슴을 치던 여성농민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다른 업종은 소득이 줄었다고 다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농민들은 소득이 20분의 1로 줄었는데도 아무 지원도 없잖아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 어머니도 우시고, 저도 많이 울었어요. 이런 분들에게 재난지원금이 돌아가야 하는거 아닙니까?” 수박농가들의 딱한 사정을 얘기하던 김 기자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본보는 코로나 19로 판로가 막히고 매출이 급감한 겨울수박, 화훼, 체험마을을 찾아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을>이라는 주제로 연속 기획을 실었다. 또 농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겨울수박 주산지인 경남 함안에서는 한 때 밭떼기 가격이 평년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에서 거래가가 형성됐고, 조금 회복된 이후에도 평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생산비에도 한참 못 미쳤다. 이 농민은 1년 전 2800만원에 거래된 수박 하우스 7동을 180만원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겨울수박 주 출하처인 웨딩홀, 뷔페, 유흥업소, 행사장의 수요가 막혀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TV에서 유흥업소를 비롯해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원 등 대책을 강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농민들에겐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은 혼자 술을 마시며 고통을 달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쉰 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슬픔과 억울함으로 가슴을 치는 여성농민의 모습은 여러 사람들의 공분과 눈물을 불렀다.    

코로나 19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잇따라 재난지원금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3차 재난지원금을 확정하고, 올들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580만명에게 9조원 안팎의 현금성 재정을 풀고 있다. 이어 여당과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공식화하고, 규모와 대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손실보상 제도화를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그 어디에도 코로나 19와 기후재해, 흉작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농민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농산물 농가들이 고통을 겪었고, 비대면 졸업식과 결혼식 축소 등으로 행사가 줄면서 꽃 소비가 급감한 화훼농가의 고통도 크다.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긴 체험마을이나 체험농장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농특산물 직거래 장이 되었던 지역 축제들마저 줄줄이 취소돼 농촌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인력부족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제때 출하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농촌은 코로나 뿐만 아니라 기후재해마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는 봄철 냉해, 여름의 긴 장마와 태풍으로 쌀은 물론 과수, 고랭지·시설채소, 인삼 등 주요 작목이 큰 피해를 입어 역대급의 흉년을 기록했고, 댐 방류로 인한 수해로 곳곳에서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올해 농사는 물론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농민에게 별도의 재난지원금은 없다. 화원은 재난지원금을 받는데 화훼 농가는 받을 수 없고, 유흥업소는 지원하면서 수박농가는 주지 않는다. 이게 온당한 일인가?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농민들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농업 패싱(농업 무시), 농민 홀대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와 기후재해로 인해 그 어떤 계층보다 벼랑 끝에 몰린 농민들을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번번이 제외하는 것은 농민을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부른다. 

혹시 나라가 어려워서 예산이 부족해 그런 것일까? 단연코 그것은 아니다. 농업예산 집행하는 것을 보면 스마트팜 같은 이전의 생산주의 농정, 농촌태양광이나 시설, 토목에 대한 예산과 제도는 아낌없이 확대하고 지원한다. 농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주지 않으면서, 누가 혜택을 보는지 모를 외식소비쿠폰은 과감하게 발행한다. 

재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농민들의 어려움이 보이는데도, 이렇게 철저히 외면하는 것은 관심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심지어 멸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정부에게 묻는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는 농촌 곳곳의 절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정부는 이번 4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농민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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