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 중단
수입 없이도 가격 안정 가능”
정부에 방역대책 개선 주문도


“계란 값 인상 최대한 억제하겠습니다. 유통 및 판매처도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합니다.”

고병원성 AI(이하 AI) 발생 및 예방적 살처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란계 농가들이 정부에 방역정책 개선과 계란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가운데, 계란 유통업계에도 국내산 계란이 적정 가격에 공급될 수 있도록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가 단위에서는 지난해 11월 26일, 정읍시 육용오리 사육 농가에서 AI가 재발한 이후 2월 5일까지 총 83개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파로 AI 발생 농가를 포함해 반경 3km 이내 가금 농가까지 모두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440여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가금류 2549만8000마리가 매몰 처리됐다.

산란계 역시 전국적으로 36개 농장에 AI가 발병하면서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 총 166개 농가에서 사육하던 산란계 1339만4000마리가 땅에 묻혔다. 이는 국내 산란계 전체 사육 마릿수의 18.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 인해 신선 계란 공급량이 줄어 산지 및 소비자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특란 10개 기준, 4일 현재 계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은 각각 1924원, 247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 43% 이상 올랐다.

그러자 정부는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한 계란 수입을 결정했다. 설 이전에 미국 등지에서 신선란 2000만개를 수입하고, 설 이후에도 이달 말까지 신선란 2400만개를 추가로 들여온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미 1월 31일까지 초도 물량 140만개를 시중에 공급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 주요 신선란 판매점에선 수입 계란 취급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산 계란의 경우 산란일자를 포함한 생산이력이 불투명해 품질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는데다, 신선도 또한 국내산과 비교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6~2017년 AI 발생 당시 정부가 수입을 추진해 공급했던 계란도 비슷한 이유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2016~2017년 계란 대란 때와 비교하면 아직은 비축물량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란계 농가 및 가금 단체들은 정부에 계란 수입 중단과 방역정책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면 수입 계란 없이도 수급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농가 스스로 계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지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농가에도 인건비, 사료비 등 생산비가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계란 공급 부족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며 “계란 가격 인상 분위기는 농가에도 큰 부담으로, 계란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통단계에서 적정 재고를 넘어선 물량을 쌓아둘 경우 이러한 농가 단위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는 만큼 유통 및 계란 판매처에도 계란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양계협회 측은 “농가에선 안전하고 품질 좋은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유통단계에서는 가격을 인상시키는 선구매 비축 행위를 자제하고,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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