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원 한국농식품미래연구원(AMI)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농업부문의 성장이 중요하다. 한국은 1조 달러 교역액으로 세계 10위권의 교역 국가로 도약했지만 농업부분은 최근까지도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정도였다. 그러나 2019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명목상 농업부분도 선진국으로 전환되었다.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 10여년 기간 동안 세계적 위치를 보면 37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한국농업이 경쟁력 있는 선진농업국으로 발전하고 변모하기 위해서는 수출부문의 성장이 중요하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국가전체 총 수출액이 5128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감소(△5.4%) 되었으나, 농식품의 수출액은 어려움 속에서도 역대 최고치인 75억7000만 달러(잠정)를 기록,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7.7%)해 수출농업의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김치, 인삼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파프리카는 국내 생산량의 절반가량(약 44%)을 수출했다. 수출금액은 8600만 달러. 스마트팜 도입에 의한 여름작기와 겨울작기로 연중 생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프리카 수출의 대부분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소득이 높은 일본으로 99% 이상이 수출된다. 일본 자국산 파프리카는 2018년 기준 자급이 14% 정도이다. 부족 부분은 한국산이 67%, 네덜란드·뉴질랜드산 등이 19%가량 시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비해 생산성이 절반에 불과하다. 파프리카는 시설재배지만 기후 및 기상변화에 따른 계절별 수확량의 편차가 크다. 파프리카가 원예농산물 수출 1위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점이 눈에 보인다.

첫재, 종자의 국산화이다. 한 해 동안 파프리카 수입(네덜란드) 종자대로 100억원 내외가 지출되어 농가경영에 큰 부담이다. 현재 국산화를 위한 골든씨드프로젝트가 산·학·연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농가보급 실증을 조기에 앞당길 필요가 있다.

둘째, 수출품 생산의 연중 안정화이다. 연중 공급체계는 구축되어 있으나, 일부 시즌(동계작, 하계작)은 수출물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한국산의 수출이 취약한 8~10월간의 3달 동안에 일본에서 수입되는 네덜란드산을 한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 즉, 수출 감소기 재배공정의 기술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셋째, 수출가격이 제값을 받아야 한다. 일본의 편의점 소매가격이 일본산·네덜란드산에 비해서 20~30%가량이 낮다. 일본 소비자는 낱개로 M 사이즈 크기와 칼라의 구색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국산은 L, M, S 사이즈의 선별과 색깔의 맞춤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바이어의 규격품 사양에 충족시켜 제값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잔류농약 안전성이 국가별로 확보되어야 한다. 대만의 경우 파프리카 수출시 잔류농약 검출로 식품검역 및 통관에 어려움이 있다. 대만의 파프리카 수출 진입을 위해서는 대만 사용금지 농약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을 조기에 충족시키는 협상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일본 외 대체시장 개발이 필요하다. 파프리카 수출 검역협정국 기준 수출 가능국은 약 15여개 국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장거리로 인한 수출이 지난하며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가격 경쟁력이 어렵다. 따라서 장거리 운송·보관의 고도화 및 국가별 맞춤식 마케팅전략이 연구되어야 한다.

파프리카 산업이 선진 농업형태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올라타고 미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파프리카의 생산·유통·마케팅 등 일련의 밸류체인의 업그레이드를 위한‘파프리카 수출연구사업 R&D’가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파프리카 수출통합조직(KOPA)’을 중심으로 에너지가 모아질 때 선진국 형태의 파프리카 수출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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