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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보험금 늑장 지급에 피 마르는 농민들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손해평가 차일피일 미뤄져
6개월째 보험금 지급 감감
아예 시작조차 못한 경우도

전문성 없는 손해평가사들
보험금 근거없이 감액 ‘급급’
“이러다간 올 농사도 못지어”

 

“보험약관 해석도 자기들 멋대로 하고, 보험금 지급도 질질 끌면서 농민들 피를 말리고 있어요. 이러다간 올해 농사도 못 짓거든요. 답답한 건 농민들이고,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사가 제시하는 터무니없는 보상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거죠.”

지난해 8월8일 섬진강 범람으로 큰 수해를 당한 곡성의 시설원예 농민들은 6개월이 지나도록 농작물재해보험금 수령은커녕, 손해평가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손해평가=14일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서 만난 H(48) 씨는 지난 여름 물에 잠긴 9개의 하우스 중 6개 하우스를 복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딸기 양액재배를 위해 동당 1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들어간 하우스 4동이 물에 잠겨 고액의 장비가 전부 무용지물이 된 상황. 다행히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이 되어 피해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손해사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6개월째 보험금 지급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현재 H씨가 지급받은 보험금은 토경재배 하우스 3동에 대한 보험금 1500만원이 전부다.

같은 마을에서 딸기와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 K(43) 씨는 지난 수해에 아예 1800평 하우스 4동이 전부 완파됐다. 부대시설만 해도 2억원 가까이 투자돼 전체 피해액이 3억원에 달했지만, 재해보험 가입당시 부대시설 가입금액을 적게 책정하는 바람에 실제 피해액에 비해 예상보험금은 턱없이 적다. 문제는 그마저도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기본시설이 100% 완파이기 때문에 손해평가사도 ‘100% 피해’를 인정, 평가액에 대한 분쟁이 없는데도, 왜 주지 않는지 K씨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수해로 하우스 6동을 못 쓰게 된 C(57)씨는 아직 손해평가 자체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수해 직후 보험사고 접수를 하고 처음 나온 손해사정인이 ‘어렵다’며 손 털고 가버린 이후 아직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9월에 현장 사진과 견적서 등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다 보냈는데도, 확인 전화조차 없다는 것이다.

H씨는 “일단 손해평가사가 농업시설물에 대해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다. 농가가 A부터 Z까지 다 설명을 해주고, 업체마다 일일이 수십건의 견적서와 입금 확인증을 받아 서류를 제출하면 거기서 10%, 20%씩 감액해 버린다.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래요’ ‘원래 그래요’ 하는 답이 나온다”면서 “차라리 무슨 그럴듯한 근거라도 대면 좋을텐데 배째라 식이니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보험약관은 대체 왜 있나=농업시설물의 경우 복구가 늦어져 작기를 놓치게 되면, 농가로서는 이중, 삼중의 추가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재난 지원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물론 NH손보가 재해 때마다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제7조(보험금의 지급절차)에도, 회사는 제6조(보험금의 청구)에서 정한 서류를 접수한 때에는 접수증을 교부하고, 그 서류를 접수받은 후 ‘지체없이’ 지급할 보험금을 결정하고 지급할 보험금이 결정되면 7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체없이’ 라는 문구는 약관에나 있을 뿐,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H씨는 “지난해 수해 이후 빚으로 빚을 메꾸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중복 지원을 이유로 재난지원금은 물론 응급구호물품 지급대상에서도 제외되고, 긴급복구자금 융자도 안해주는데, 도대체 이렇게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걸 정책 당국자들은 알고 있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미지급건은 없다던 농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담당자는 미지급건 확인을 요청하자 처음엔 “농협손보측에 확인한 결과 사고발생 직후 손해평가가 들어가 미지급건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후 현장의 구체적 사례를 전하자 다시 확인 후 “해당 사고건은 재조달 영수증과 증빙서류 제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아직 평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답변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농민들은 “현재 이런 식으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 사례가 지역마다 상당수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보험금 청구를 했음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농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보고 있지 않다”면서 “보험금 청구심사과정이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 저희가 권고는 할 수 있겠지만,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종용하기는 어렵다. 미지급 실태는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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