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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도매시장 거래제도 오해와 진실 ] 20년 간 '소모적 논쟁'···농민 위한 유통구조 개선 논의는 뒷전<하>누구를 위한 거래제도 논쟁인가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가격 결정권은 누구에게

▶경매제
그날그날 수급에 좌우…출하량 많아 폭락해도 속수무책
정가수의매매 도입, 단점 보완했지만 거래량 20% 이하

▶시장도매인제
농가-시장도매인 가격 협상하지만 위탁거래가 60% 이상
매수거래라도 출하 급한 농민은 협상주도권 갖기 어려워

 

가격 투명성 확보 여부는

▶경매제
경락과 동시에 가격 발견…투명성 확보 가능
수수료 제외한 판매대금 바로 농가에 지급

▶시장도매인제
정산회사 설립으로 대금 지급 안정성은 확보
시장도매인 신고에 의존해 정산 ‘칼질’ 가능성 상존


그밖의 쟁점은

유통단계 축소 쉽지 않아…농민들 탐색비용 가중 우려도
대기업 자본에 흡수된 도매법인 개혁 논의 실종 문제 
온라인 중심 유통환경 급변…근본적 대응방안 논의할 때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제도 논쟁으로 농업계 내에서 반목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유통 환경 변화에 따른 합리적 농산물 거래 구조를 논하기보다, ‘경매제 고수냐,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냐.’ 거래제도 선택의 문제로 내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민들을 위한 도매시장 유통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각각의 명분만 앞서다보니 거래제도 논쟁은 갈수록 격화한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거래제도 논란, 무엇이 문제인지 짚었다. 

#왜 논쟁은 계속되나
시장도매인제는 1998년 발족한 농산물유통개혁위원회에서 처음 대두됐다. 농가와의 직접거래로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도입 목적이었고, 2000년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영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근거가 만들어졌다. 이때 지방도매시장은 2000년 6월 1일부터, 중앙도매시장은 2005년 7월 1일부터 도입이 가능하도록 법제화 됐는데, 2004년에 개장한 강서시장에 우선적으로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 것이다. 

당시에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한 도매시장에 병행하는 문제와 시장도매인의 위탁판매 허용 문제가 논란이 됐으나, 강서시장에는 이 둘을 모두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본격적인 논란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가속화했다. 2012년 서울시가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을 위한 서울시 조례(도매시장 업무규정)를 개정하면서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고, 2015년에는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전문가 대토론회도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선 유통주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출하선택권 확대와 유통단계 축소를 위해 필요하다지만, 반대편에선 매수 및 판매가 자유로운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는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한 시장에 병행한다고 경쟁이 될 수 없으며, 유통단계 축소도 각 단계별 기능이 다른 곳으로 이전돼 오히려 유통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그리고 이러한 양 쪽 주장은 지금까지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이러한 논쟁을 해소하려면 실제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농민들의 피해는 없는지를 잘 따져보고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새 거래제도 도입의 당위성만 강조하다보니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를 위해 서울시공사가 구성한 ‘가락시장 거래다양화 추진위원회’ 역시 생산자·소비자·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했지만, 시장도매인제를 찬성하는 쪽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각각의 세력만 있을 뿐,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농민단체인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놓고 과거 위탁상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준가격 하락 등 전체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을 두고도, 마치 도매시장법인 편에 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 몰이만 일어나고 있다. “한농연도 이참에 시장도매인 하나 해서 돈 버는 게 낫다”, 서울시공사 고위 간부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거래제도 논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을 풀어야 하나
일각에서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경매제가 ‘생산농민의 영농기반을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매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다 보니, 경매제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농민과 농산물 유통에 악영향만 끼치는 거래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거래제도 논의가 실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각각의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가격 결정권 문제다. 경매제의 경우 그날그날 출하량에 따라 경락가격을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출하량이 많아 경락가가 폭락해도 어쩔 수 없다. 이에 지난 2012년 정가·수의매매 제도를 도입, 경매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했으나, 이렇게 거래되는 양은 전체 물량의 20%가 채 안 된다. 

시장도매인제의 경우 농가와 시장도매인이 가격협상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결정권을 갖는다고 하지만, 여기도 맹점이 있다. 시장도매인제 거래의 60% 이상이 위탁거래 방식으로, 시장도매인이 판매처에 물건을 팔고 농가에 대금을 정산해 주고 있다. 이 부분은 가격협상이 없는 것이다. 또 수탁거래로 실제 가격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농가가 가격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팔 데가 없는데 물건을 사는 상인은 없다. 하지만 농민들은 제 때 농산물을 출하해야 한다. 협상력은 누가 쥐고 있는 것인가.

또 한 가지는 가격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경매제 도입의 가장 큰 이유가 농가 보호와 가격의 투명성 확보다. 경락과 동시에 가격이 발견되고,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이 농가에 지급된다. 반면 시장도매인제의 경우 정산회사 설립으로 대금지급의 안정성은 확보됐지만, 농민들은 시장도매인이 정산회사에 신고한 판매대금에 의존해 정산을 받는다. 이러한 구조는 농산물 가격 ‘칼질’이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이와 함께 유통 단계가 실제 축소되는지, 유통 비용은 줄어드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2008년부터 시장도매인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도매시장 수산시장 사례를 보면, 유통 과정이 인위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존 도매시장법인을 시장도매인으로 바꾼 사례인데, 기존 중도매인은 농안법에도 없는 영업인으로 활동하며, 도매기능은 무너지고 소매기능이 활성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시장도매인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농민들이 출하할 곳을 일일이 찾아다녀야하기 때문에 탐색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풀어야할 문제도 있다. 거래제도 논쟁이 오가는 사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여러 곳이 대기업 자본에 흡수됐다. 도매시장법인이 투기의 대상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공영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은 농업으로 재투자 되지 않고, 대기업 주주들 배당으로 돌아가는 꼴이 됐다. 

가락시장은 공영도매시장으로, 기업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도매시장을 경유하며 농민들이 내는 비용은 도매시장법인 경영의 원천으로, 생산자인 출하자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발생된 수익이 농업계에서 선순환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모적 논쟁 줄여야
지난해 11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이 이를 위한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지난 20일에도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이 관련 농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로, 농업계에서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문제는 앞으로 더욱 쟁점화 할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공사가 도매시장 출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거래제도별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가락시장 경매가격 만족도는 50.2%,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가격 만족도는 57.4%다. 어느 쪽도 농가가 만족하는 거래제도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경매제가 가격교섭력이 취약한 출하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라면, 시장도매인제는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진폭을 안정 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두 제도 모두 각 시대의 요구에 맞게 탄생했지만, 농민들이 만족해하는 농산물 거래제도로 보완해 나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최근 일어나는 논의는 도입 당위성에만 매몰돼 날 선 말들만 오고 가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그야말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오프라인 소매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산지조직의 판로처 비중에 변화가 생기고, 온라인 중심의 농산물 유통 환경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제도의 도입 여부를 놓고 소모적 논쟁만 벌일게 아니라, 농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거래제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공영도매시장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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