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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농산물 가격결정을 남에게 맡기려 하는가?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경매제·도매법인 개혁 필요하지만
시장도매인제가 대안인지는 의문
온라인 유통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가격결정시스템 논의할 때

최근 시장도매인-경매제도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20년간 일어났던 논쟁이다. 이 논쟁을 바라보면 정말 이상한 것들이 많다. 우선 이 논쟁의 시작은 경매제도의 비효율성과 도매법인의 과다한 이익이다. 경매제도가 가격 결정의 투명성은 있지만 대기업에 잠식된 도매법인, 그 도매법인의 과다한 이익 창출, 여러 가지 물류 비효율성, 도매법인의 공익적 역할 미수행 등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농민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경매제도와 도매법인에 대한 개혁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 대안은 좀 이상하다. 20년 전에 제기된 시장도매인제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더 좋은 대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시장도매인제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20년 전 오프라인 유통만 존재할 때는 시장도매인이 경매제도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도 문제가 많다. 시장도매인을 옹호하시는 분들은 시장도매인제도와 경매제도가 경쟁을 하면 농민들이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출하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까?

반대로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는 바이어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 경매가 싸면 경매에서 구매하려 할 것이고 시장도매인이 싸면 시장도매인에게 구매하려 할 것이다. 즉, 시장도매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매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 결국 시장도매인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은 비용을 줄이거나 농민에게 싸게 사와야 하는 것이다.

소량 거래하는 시장도매인의 물류비용은 대량거래가 되는 경매제도의 물류비용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어 총거래액 대비 비용이 경매제도보다 낮아지기는 어렵다. 소량 거래시에도 물류효율이 높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게 가능하다면 유통 대기업들이 물류에 몇조씩 투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농민에게 경매시세보다 싸게 사와야 경매보다 더 싸게 구매자에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농민들에게 더 수취가격을 높게 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경매제도와 시장도매인제를 경쟁시켜서 살아남는 쪽을 보자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며 경매제도와 시장도매인제의 경쟁 결과에 대해서 찬반 주장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먼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볼 필요가 있을까? 이미 우리 옆에는 경매와 중개상이 공존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경매와 중고자동차 상인들이 경쟁한 시간은 오래 흘렀지만 둘 다 공존 중이다. 덕분에 중고차를 판매할 곳은 매우 많다. 그래서 판매를 하고자 하는 분들은 어떨까? 중고차 상인들이 많기 때문에 판매자는 중고차 판매시 가격을 높게 보장 받을 것이라고 안심하면서 판매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중고차 상인들에게 속을까봐 많은 걱정을 하며 발품을 들이며 판매를 하고 있을까?

필자는 발품을 들이며 판다. 이건 몇 년에 한 번이니 할만하다. 농민들이 그렇게 매번 발품을 들이며 판매하면 좋을까? 발품을 들였다고 안심하고 판매할 수나 있을까? 그렇다고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만족스러운가?

경매제도의 대안을 왜 시장도매인만 놓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는 상인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붙잡힌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20년 전 유통환경의 대안만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이것은 기존 상인들 중 누가 더 이익을 가져가는가의 논쟁이지 디지털 유통시대의 논쟁거리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오프라인 경매제도를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유통이 어떻게 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살펴보자. 이베이는 경매사이트로 출발했다. 그러나 식품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고 구매자가 가격을 불러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방식의 전통적 경매는 전체 상품 판매의 1.05%(1월 10일 기준)에 불과하다. 98.95%는 Buy it Now 형태, 즉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는 구입 여부만 결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매 사이트로 출발했던 옥션도 결국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고 구매자가 가격을 불러서 최고가에 판매하는 서비스는 아예 삭제되었다. 이제는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는 구매여부만 결정한다. 온라인 시대는 이제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온라인 시대의 도매시장 가격결정체계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생산 농민이 편하게 집에서 직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도래되었는데 도대체 왜 남에게 가격 결정을 맡기는 제도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가격이 결정되는 기존 경매나 노련한 상인과 협상해야 하는 시장도매인제도는 온라인 시대에 적합한 제도가 아니다. 내 상품의 판매가격은 바로 내가 결정해야 한다. 농민이 자기 상품의 가격 결정이 가능한 시대에 남들이 결정해 준 가격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경매제도-시장도매인 논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연구하고 도입하자고 주장해야 하는 새로운 제도는 시장도매인제도가 아니다. 중고차 시장의 혼란이 농산물 시장에 도입될 뿐이다. 디지털 환경을 활용해서 농민이 자신의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화된 다른 업종을 벤치마킹하자. 농민이 스스로 자기 농산물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디지털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자. 그것이 바로 공영 도매시장의 주인공이 농민이 될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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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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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1-01-29 01:03:07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이네요   삭제

    • 우리농업 2021-01-28 12:12:16

      ........즉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자는 구입 여부만 결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정말 옳으신 제언이네요. 구시대적 잔재에 매몰되지 않고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유통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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