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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자치분권’, 지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농림사업 지방이양 빠르게 확대
선계획 후협약 ‘농촌협약’ 부상
주민·지역 주도 자치농정이 눈앞에


신축년 새해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1988년 이후 32년 만이다. 올해는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더욱 의미가 깊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4개 분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으로 제1조 지방자치의 목적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에 참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였다. 주민참여권 강화를 위해 제17조에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신설하였다. 향후 지방농정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지역 농업인들의 참여와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두 번째는 ‘역량강화와 자치권 확대’로 보충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사무배분 기준에 국가와 자치단체의 준수의무를 부과하였다. 보충성의 원리란 법률용어로 행동의 우선권은 언제나 ‘소단위’에게 있는 것이고, ‘소단위’의 힘만으로 처리될 수 없는 사항에 한해서 ‘차상급단위’가 보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읍면동-시군-시도-중앙정부 순으로 행동의 우선권은 읍면동에 있고, 읍면동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시군 또는 시도, 그리고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향후 주민자치에 의한 읍면동 소단위 생활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에서 담당해 오던 현장밀착형 사무에 대한 지방이양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자치분권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2020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부처별 재정사업 지방이양 결과 농림축산식품부가 5개 세부사업, 13개 내역사업에 7737억원 규모로 중앙부처 가운데 예산규모로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처별 지방이양 총액 3조5683억원 가운데 약 22%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리 지역으로 이양된  농림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세 번째는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로 의회 의정활동, 집행부 조직·재무 등 정보공개 의무 및 방법에 관한 일반규정을 신설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정보공개를 확대하도록 하는 한편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중앙-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및 행정 능률성 제고’이다. 국가와 지방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을 신설하여, 균형적 공공서비스 제공, 균형발전 등을 위한 국가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간 협력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자치분권의 흐름은 어떻게 지방농정과 연결되고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치분권 확대에 따라 현장밀착형 사무에 대한 지방이양이 확대되고 있고, 중앙부처의 예산지원방식이 공급자인 중앙부처의 관점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의 관점에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선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포괄보조방식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앙부처별로 개별 분산적으로 추진되어 현장에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성격을 갖는 사업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지자체 현장에서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에서 기존 개별보조금 방식에서 탈피, 유사중복사업을 발굴하고 지역여건에 맞게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여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현장은 달라질 것이 별로 없게 된다.

‘자치분권’의 확대로  농림사업의 지방이양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새로운 정책흐름이 등장했다. 바로 ‘농촌협약’제도의 도입이다. 지방분권에 따라 농정의 지역 자율성과 분권을 촉진하는 한편, 국가와 지자체 간 농정목표 간 조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협약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분권 기조에 따라 중앙부처마다 ‘한국형 계획계약’이라는 틀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협약을 통해 지원과 협력관계를 마련하고 있는 과정인 것이다.

‘농촌협약’이 기존 사업추진방식과 다른 점은 지자체가 지역의 여건에 최적화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정부와 공동추진을 위해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선계획, 후협약’이다. 농촌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같이 부처 간 칸막이식 다년간 산발적 사업계획이 아니라, 다년간 다부처 연계사업을 패키지화하고, 추진할 수 있는 농업·농촌을 활성화할 수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중앙부처는 이러한 계획에 대해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세출예산의 용도와 투입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포괄보조방식으로 지원하게 된다.

지역과 주민의 관점에서 ‘자치농정’패러다임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고 있고, 어느덧 성큼 우리들 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수많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된 듯하다. 수많은 지자체에서 ‘농촌협약’을 새로운 공모사업 쯤으로 인식하고 적게는 2억원 많게는 4~5억원을 투자하여 용역사를 통해 계획서를 작성하여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자치농정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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