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여성농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인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농촌여성정책팀 신설 이후 현장에 맞는 실용적인 정책이 발굴되고 시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과와 이와 반대로 정책 수립과 시행이 다소 더디다는 평가가 교차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의 첫 팀장으로 취임한 오미란 팀장의 지난 1년 반 동안의 성과와 아쉬움, 올해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운영 1년 반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행사 열고
농특위와 국제포럼 개최 등 성과
특수건강검진 예산 확보 불발 아쉬워

-농촌여성정책팀 팀장으로 부임 이후 평가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부임 이후 성과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여성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스스로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 행사에서는 여성농업인단체 및 유관기관, 지자체가 참여해 농사비법 경진대회, 영농여건개선 교육성과 공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단순히 행사성 사업이 아닌 여성농업인들의 경험과 정보, 직업적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농특위와 공동으로 비대면 국제포럼을 개최해 세계여성농민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행사와 더불어 농어촌 지역의 양성평등한 정책 추진을 위해 성평등 교육을 확대하고 성평등 강사양성 및 교육교재 개발 등 양성평등 문화 확산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농업인들의 노동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은 총 357개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됐고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업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예산확보를 하지 못해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하지 못한 점이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예산확보, 왜 중요한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은 현 정부 국정과제이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광업, 건설업, 농림어업을 3대 위험사업으로 구분했고, 현재 건설 광업노동자, 소방관, 특수 업무 경찰 등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으로 특수건강검진이 시행되고 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시행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의료재정 손실을 예방하고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다.

여성농업인들은 갈수록 농업노동 참여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밭작물이나 시설채소의 경우 단순, 반복, 쭈그린 작업 자세(밭메기, 수확), 작업환경(햇빛노출, 농약 2차 피해)으로 인해 농작업 환경이 열악해 지속적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경감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과 더불어서 여성농업인들의 건강검진을 통해서 근골격계 등 고질적인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 특수 건강검진의 시행이 시급하다.

현재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9000명) 도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32억원 정도이고 본사업(50세~70세, 20만명, 격년실시) 시행 시 약 300억원 정도 소요된다. 만약 건강검진을 통해서 사전에 근골격계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분명 투입되는 예산대비 훨씬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서 부내 예산 반영 및 의회, 여성농업인단체, 농업안전보건센터, 농진청 안전관련 연구팀 등과 협력해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예산관련 부서의 적극적인 관심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영농여건 개선 코디네이터 예산 확보
맞춤형 여성농업인 인력 육성 주력
멘토 육성 체계화·네트워크 강화
현장 아이디어 모아 정책 체감도 제고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의 핵심은?

“기본계획은 법정계획으로 여성농업인육성법에서는 4개 목표(농업 경영능력 향상,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 모성권 보장 및 보육여건개선, 삶의 질 향상, 기타 여성농업인 육성에 필요한 시책)를 포함해 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5차 계획은 여성농업인을 둘러싼 정책 환경과 역할변화를 반영한 체감도 높은 정책수립이 목표였다. 정책수립에서 핵심 키워드는 여성농업인들의 역량강화와 성별격차 해소다.

농업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여성농업인들이 성별역할에 따른 정당한 분배를 요구하는 양성평등과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과 농업환경이 단순 생산에서 가공, 로컬푸드, 사회적 농장 등으로 공동체와 협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농촌사회 구성원들의 이질성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활성화 역시 중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체감도 높은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지자체 전담부서 확대는 필수적인 과제다. 또한 농촌의 양성평등은 전체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미래의 농업 인력으로서 여성농업인을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인 농업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여성농업인 정책은?

“정책추진도 예산이 함께 수반돼야 가능하다. 국민참여예산을 통해서 신규로 농업분야 외국인여성근로자 주거지원사업, 그리고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여건개선을 위한 영농여건개선 코디네이터 사업 추진 예산을 확보했다.

또한 미래인력으로 여성농업인 육성을 위해 청년여성, 결혼이민여성, 귀농귀촌여성, 고령여성, 선주민 여성 등이 지혜와 자원을 활용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인력육성 정책을 보완했다. 특히 성인지 정책의 기본이 되는 농업분야 성별통계 생산, 농업관련 교육프로그램 및 체계의 변화, 사회적 경제 영역 활동 지원 등을 확대하고 여성농업인 멘토를 확대해 여성 간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멘토 육성 등을 체계화 하도록 사업을 보완했다. 또한 작년에 예산이 없어 추진되지 못했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 역시 신규 사업에 포함해 추진할 예정이다.”


-전국의 여성농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성농업인 활동과 연구를 천직으로 알고 30여년 이상을 보냈고, 이제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 서보니 정책의 핵심은 이용자가 만족하고 체감하는 정책이 최고라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정책대상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없고, 정책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정책이 성과를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농업인들이 정책 활용과 개선요구,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 등에 참여하여 함께 개선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올해도 여성농업인 정책을 하나로 묶어 ‘모아모아 한눈에’ 정책 자료집을 발간했다. 여성농업인들은 일터에서, 단체모임에서, 가정에서 한 해 동안 자료집을 보면서 적극적인 활용을 부탁드린다. 또한 여성농업인이 매력적인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만이 아니라 전국의 여성농업인들이 일치단결하고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책 욕구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작업을 통해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 여성농업인단체들이 지자체와 연계하여 시·도 지역조직의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함께 걷는 걸음의 소중함을 더 크게 만드는 2021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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