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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분별 살처분 정책, 과연 옳을까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1493만수.

지난해 11월 26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1월 7일 8시 기준)까지 살처분한 닭과 오리 등의 숫자다. AI가 발생한 농장은 45곳인데 살처분 대상 농가는 약 7배에 달하는 268곳이다. 그래서 살처분한 가축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렇다면 살처분 대상 범위가 왜 이렇게 넓을까. 그것은 정부가 2018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AI SOP)을 개정하면서 AI 발생농장 반경 500m였던 살처분 구역을 3㎞ 이내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500m에서 3㎞ 이내 지역은 지자체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살처분 범위가 조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실상 AI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의 모든 가금류가 질병 예방을 위한 방역이라는 명분하에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무분별한 살처분 정책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는 의문스럽다. 농장의 위험평가와 사육밀집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반경 3㎞ 이내 농장의 가축이 모두 살처분되는 현 살처분 정책이 농장의 가축전염병 예방에 과연 효과적인지,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 있는 가축을 방역을 이유로 매몰하는 살처분 방식이 비인도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 대상농장이 된 경기 화성의 동물복지농장이 정부의 살처분 명령에 강하게 저항하는 이유도, 한국육계협회가 무차별적인 살처분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같은 살처분 정책을 추진하는 선진국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농장 간 바이러스 유입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방역 수준이 우수한 농장은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발생 농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실시되는 무차별적인 살처분 정책이 과연 동물과 사람을 위한 선택인지, 살처분이 필요하다면 그 방식과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다시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축산팀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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