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김진현 고성군 행정복지국장, 여창호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등이 8일 국제관개배수위원회 제71차 집행위원회 화상회의 직후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의 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 확정에 환호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4호인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이 세계관개시설물유산(WHIS) 등재를 이뤄냈다. 12월 8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국제관개배수위원회 제71차 집행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쾌거를 거뒀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고성군 해안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못해 물이 부족한 천수답(天水沓)이 많았다. 이에 농민들은 불리한 농업환경을 극복하고자 지하수와 빗물을 가두는 농업용수 저장고로 ‘둠벙’을 조성해왔다.

‘둠벙’은 경상도 사투리로 웅덩이를 뜻한다. 농사를 지으며 촉촉하게 젖어있는 논의 가장자리를 눈여겨보았다가 그 자리에 돌과 진흙을 이용해 우물과 비슷한 모양으로 ‘둠벙’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둠벙’에 다양한 보조시설을 함께 조성해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는 생활공간과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둠벙’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증진에도 기여해왔다. 주민들은 가을철 ‘둠벙’ 바닥부분에 쌓인 흙과 돌을 퍼내서 저수공간을 확보하는 ‘둠벙치기’를 통해 미꾸라지를 비롯한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했다.

고성군에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아직도 445개의 ‘둠벙’이 존재한다. 이에 고성군은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의 역사적·문화적·생태적 가치를 꾸준히 재조명해온 결과, 2019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4호 지정에 이어 이번 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의 결실을 거두게 됐다.

백두현 고성군수는 “세계적인 관개시설물로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기쁘다”며 “고성 ‘둠벙’을 세계에 널리 홍보하고, 우리 농업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1950년에 설립된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는 관개·배수·홍수조절·환경보존 등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비정부 국제기구다. 회원국은 96개국에 달한다. 역사적·예술적·사회적 가치가 높은 관개시설물의 보호를 위해 ‘세계관개시설물유산’을 지정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김제 ‘벽골제’와 수원 ‘축만제’, 2017년 당진 ‘합덕제’와 수원 ‘만석거’가 지정됐다. 이번에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은 △100년 이상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진 농업활동 △고유한 농업기술과 기법 보유 △농업환경과 연계된 전통 농업문화의 보유 등 등재요건에 부합하다는 호평을 받아 국내에서는 다섯 번째로 지정됐다.

고성=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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