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서울시공사 극찬 '대구 시장도매인시장' 가보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대구도매시장 시장도매인시장은 농안법에선 볼 수 없는 영업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소매 영업을 활성화하면서 도매기능은 줄어들었다고 시장 유통인들은 전언한다. 사진은 대구도매시장 수산시장 내부 모습으로 서울시공사가 대구시장도매인시장을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현재 대구 시장도매인시장은 여러 법적 분쟁에 휩싸여 있다.

농안법에도 없는 영업인 활동
회센터 등 소매영업 확대 
매출 증가도 ‘빛 좋은 개살구’

▶영업인 된 중도매인도 애로

시장도매인에 소속되어
수 백 만원 관리비·자릿세 납부
시장도매인업체와 법정 공방도

▶시장도매인-관리사무소 유착?

관리사무소 임직원 퇴직 후
시장도매인업체로 들어가
구조적 문제에 의혹 제기도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최근 발표된 해양수산부 ‘2019 수산물도매시장 평가’에서 시장 개설자 부문 전국 최우수 도매시장으로 선정됐다. 도매시장법인 분야에선 강동수산(주)과 서울건해산물(주) 두 도매법인이 우수 법인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홍보 대신 ‘경쟁력 있는 수산물 유통을 위해선 산지와 소비지 이중 상장경매제 개선 등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밝히며, 오히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치켜세웠다. 

대구도매시장 수산부류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인데,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서울시공사가 이를 의도적으로 여론전에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정말 대구도매시장은 시장도매인제 도입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을까. 지난 2일 대구광역시 북구 매천동에 위치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시장(수산시장)을 가봤다. 


“영업인을 아시나요?”

2층으로 돼 있는 대구도매시장 수산시장에 들어서면 1호점, 2호점 등 타 도매시장 중도매인 점포로 보이는 매장이 보인다. 이곳은 농안법(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영업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 

2008년 시장도매인제가 대구수산도매시장에 도입된 이후 중도매인에서 하루아침에 영업인이 된 이들은 시장도매인에 관리비나 자릿세 등의 명목으로 한 달에 수백만원씩 주며 개인 영업도 하고 있었다. 2008년 수산부류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 대구도매시장에선 농안법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최근까지 운영되고 있었던 것. 

대구 시장도매인시장은 2008년 태동부터 잘못됐다는 게 이곳에서 만난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당시 도매시장법인이 시장도매인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타지역 도매시장법인이 이곳에서 시장도매인으로 지정되며 총 3곳의 시장도매인이 들어섰다. 도매법인이 시장도매인으로 바뀌면서 기존 중도매인 다수가 시장도매인에 소속된 영업인으로 활동하게 됐던 것. 

이는 사실상 불법 전대에 해당하는 행위지만 당시 관련 개설자의 묵인 또는 유도 속에 시장도매인 소속 직원 대신 농안법은 물론 공영도매시장 어디에도 없는 영업인이 생겨난 것이다. 

시장도매인 임원을 지낸 A씨는 “말로만 시장도매인으로 바뀌었고, 중도매인이 농안법에도 없는 영업인으로 바뀐 것뿐이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시장으로 보면 이는 전대지만 당시 오히려 개설자가 중도매인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이를 유도했다”며 “영업인들이 그들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매출을 늘려 수산부류 거래물량이 늘어난 거지, 절대 시장도매인제로 인해 수산부류 거래 규모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산지유통인 B 씨는 “서울시공사 보도자료를 보고 웃음밖에 안 나왔다. 대구수산도매시장이 시장도매인제로 발전했다고 한다면 이는 전대를 하라는 말과 같다”며 “더욱이 시장도매인제 도입 이후 대구 수산시장은 회센터 등 소매시장으로 전락했다. 그 소매시장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가락시장을 보면 도매시장보단 소매 기능에 충실하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기 전엔 고등어 전문 중도매인, 갈치 전문 중도매인 등 전문적인 도매 기능이 있었는데 이제는 회센터 등 소매업을 하다보니 구색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에 영업인 간 거래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시장도매인에 종사한 이들은 시장도매인에 대한 여러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시장도매인 대표를 지낸 C씨는 “위탁상도, 도매법인도, 시장도매인도 다 해봤다. 시장도매인은 100원을 산지에서 주고 사서 200원에 팔든, 300원에 팔든 상관없는 구조고 대부분 그렇게 한다”며 “중간에서 걸러주는 장치가 없다. 30년 넘게 시장에 종사해왔지만 공영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 제도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도매인에서 영업인으로 바뀌며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영업인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시장도매인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 그들과 경쟁도 하는 모순적인 구조라는 것. 더욱이 이들은 시장도매인에 적게는 월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내야 한다. 

영업인 D씨는 “우리가 산지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무조건 시장도매인을 거쳐 우리에게 와야 하니 1만원에 고등어를 샀다면 우리는 수수료 7%가 붙어 1만700원에 팔아야 하는데, (소매기능을 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은 1만원에 팔며 우리와 경쟁까지 한다”며 “이런 시장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영업인은 “새로운 시장도매인 업체가 오더니 갑자기 관리비 명목으로 한 달에 600만원을 받아 갔다. 그것도 뒷자리로 주고, 1000만~2000만원 주는 곳은 소위 명당자리를 줬다”며 “반발하니 전기도 끊어 법적 소송을 진행했다”고 성토했다. 

일부에선 시장도매인과 관리 사무소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한다. 시장에서 만난 한 유통인은 “시장도매인 업체에 개설자, 즉 관리사무소 임직원들이 퇴직하고 들어가 있다. 유착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순적이게도 서울시공사가 2008년 시장도매인제 도입 이후 10여년간 대구 시장도매인제가 잘 유지됐고, 발전해왔다고 했지만 현재 그 주역(?)들은 곳곳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대구 도매시장의 한 유통인은 “대구 시장도매인시장이 매출 규모가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농안법에 없는 영업인들로 인해 회센터 등 소매기능이 늘었기 때문으로 사실상 도매시장 기능은 무너졌다”며 “더욱이 서울시공사 말대로라면 10여년간 시장을 발전시킨 주역들인데 이들이 곳곳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개설자와 시장도매인 간, 시장도매인과 영업인 간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소식이 서울까진 잘 들리지 않나 보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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