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재입식을 준비 중인 농가에서 야생동물 침입을 막기 위해 퇴비사에 설치한 방조망.

정부 요구수준보다 
강화한 방역시설 적용
스스로 모범 보여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살처분·수매에 참여한 양돈 농가들이 돼지 재입식을 시작한 가운데, 농가들이 정부가 요구한 방역시설 보다 스스로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차단 방역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경기·강원 북부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들은 현재 외부울타리, 방조·방충망, 내부울타리, 방역실 등 정부가 중점방역관리지구 양돈장을 대상으로 요구한 8가지 방역시설을 도입한 농장부터 재입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8가지 강화한 방역시설을 모두 갖춘 농장은 야생멧돼지 등으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한 차단방역 시설을 완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방역시설을 갖추기 위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들인 한돈협회 북부지역협의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경기도청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합동으로 돼지 재입식을 위한 방역시설 기준을 마련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추진하는 등 준비를 철저하게 해 왔다.

탈의실, 샤워시설, 세탁시설 등을 구비해 3단계 차단구조로 설계한 외부 방역실 모습.

특히 재입식 대상 농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부가 요구한 법적 기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방역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농가에서는 외부울타리 경계에 설치한 외부 방역실에 탈의실·샤워시설·세탁시설 등을 갖춰, 농장 출입자가 외부에서 착용했던 옷과 신발을 벗고 샤워 후 농장용 작업복 및 장화를 착용해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3단계 차단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작업복·신발·장갑 착용과 손 씻기 등을 준수해야 하는 법적 기준보다 강화한 기준을 농가 스스로 적용한 것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한 농가의 방역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또한 농가들은 야생동물의 농장 침입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윤형·망형 철조망 대신 밀폐형 강판을 설치하거나, 내부울타리를 외부울타리 기준에 준하는 1.5m 높이 이상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내부방역실에 60cm 높이 차단벽을 추가하는 등 정부가 제시한 방역 기준보다 강화한 방역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재입식 농가에서는 시설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방역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농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자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인 방역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재입식 추진 농가들이 어미돼지를 원활하게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내년 4월 말까지 재입식 지역 외 농가들은 한시적으로 어미돼지 입식을 자제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희생농가와 상생을 위한 후보돈 입식 자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