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두장 문화 학술포럼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장 문화콩 재배는 신석기까지 올라가
메주·장 만들고 숙성·발효 등 일본·중국에 없는 독창적 방식

부정을 막으려고 장 담근 항아리 밖에 버선과 금줄을 걸어놓은 모습. 문화재청 제공

한국의 ‘장(醬) 문화’는 메주를 숙성·발효시키는 독창적인 제조법으로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필요한 자격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재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한 ‘2020 동북아 두장 문화 국제 학술포럼’이 12일 오후 2시 온라인(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번 학술포럼은 2024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의 장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개최됐다.

앞서 지난해 1월 문화재청은 ‘장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137호로 지정했다. 콩을 사용해 만든 식품인 장 그 자체의 효능을 넘어, 재료를 직접 준비해서 장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한 개념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 기후 특성에 따라 원료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법부터 가공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을 포괄한 식문화를 등재하게 된다.

이날 기조발표를 한 함한희 전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장 문화는 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지금도 일상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생활이다”며 “특히 콩 재배역사는 청동기 시대 또는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전부터 콩 재배와 장 문화를 이어왔기 때문에 한국의 장 문화는 유네스코 등재에 필요한 확실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장 문화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발효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제조법이다. 주제발표를 한 윤덕인 가톨릭 관동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장은 일본, 중국과 달리 콩을 재배하고, 메주를 만들고, 장을 만들고, 숙성·발효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며 “실제 중국은 대부분 가루형태로 장을 만드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콩 알갱이가 보이게 콩을 찌어서 장을 만드는 독자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메주를 띄우는 과정을 거친 후 된장과 간장 두 가지 장을 동시에 만든다는 것과 전년도에 쓰고 남은 씨 간장을 이용해 수년 동안 겹장의 형식을 거친다는 점 역시 일본과 중국에는 없는 독창적인 제조법이라고 설명했다.

배영동 안동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에서 두장 문화 발달된 이유가 원료인 콩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밝혔다. 배 교수는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만주 일대로, 한국의 지리적 조건은 야생 콩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또 대두의 품종이 한반도에 900여 종이나 있다”며 “옛날부터 콩은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아 재배 경제성이 높은 곡식이고, 단백질이 30~40%를 차지하는 등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해 주식과 부식의 자리를 넘나들었다”고 설명했다.

장 문화의 계승을 위해 각 가정에서 직접 장을 담글 수 있도록 개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 교수는 “전통 방식의 장 담그기 지식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정부분 제조 방식을 현대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대부분 아파트 형태의 집에서 사는 현대인이 옛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장류 소비가 위축된 부분도 있다. 이후 장류의 냄새를 줄이는 방법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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