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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5가지 제안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얼마 전에 어느 이장님이 마을 어르신 초상집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아있는 주민들을 손꼽아보고 “10년 후면 우리 마을에 남아 있을 집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노인회장이 하시는 말씀, “무슨 소리야, 10년이라니.” 처음에는 화를 내시는 줄 알았단다. 그 다음에 이어진 말 “10년이 뭐야, 5년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 노인들도 마을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셈이다. 농촌을 살릴 소위 골든타임은 그다지 먼 것 같지 않다.

반면에 어느 농촌 면의 사례는 낯설다. 이 면에는 도시에서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 빈집이 없다. 면소재지에 새로 지은 60여 가구 빌라단지도 금방 다 찼다. 찾아오는 청년들도 많아 새로 정착할 집과 농지가 아주 부족하여 아우성이다. 아이 키우기가 좋고, 교육환경도 스스로 좋게 만들어 왔다.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확보되어 있다. 의료생협도 조직하고 요양원도 준비 중이다. 이런 면 단위 사례가 전국적으로 드물지만 열손가락 꼽을 정도는 있어 보인다. 모두가 주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만들어온 성과들이다. 행정은 여기에 숟가락을 조금 걸친 정도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왜 좋은 사례는 빨리 확산되지 않을까? 농촌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여전히 좋은 미래를 꿈꾸고 열심히 노력중인 것을 알게 된다. 마치 ‘정상에 도착하면 굴러 떨어지는 돌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은 것처럼도 느껴진다. 이런 고민과 노력이 현실에서 왜 꽃을 피우지 못할까? 농촌정책에 관여하면서 여전히 던지게 되는 기본적인 질문이 몇 가지 있다. 나름대로 답은 내리고 있지만 널리 공유되지는 않고 있다. 중앙정부 정책이나 농민운동 그룹과도 인식의 괴리가 너무 커 보인다. 몇 가지만 제기해보자.

첫째, 농업이 살아난다고 농촌이 재생될 수 있을까? 지금 추세대로 가면 농업이 대농 중심으로 재편되어 농촌은 붕괴될 우려가 농후하다. 둘째, 농촌에는 농민만 살고 있는가?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도 없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셋째, 농민수당이나 공익형직불제 지원금이 늘어난다고 농촌이 살기 좋아질까? 개인 소득향상이 농촌다움 복원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넷째, 도농교류 체험 활동이 농촌에 실제 도움이 될까? 시장경제 방식의 도농교류는 농민을 도시민 ‘종노릇’시키는 꼴이다. 다섯째, 귀농귀촌이 농촌 인구정책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농촌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귀농귀촌도 관계인구 논의도 실용적이지 않고,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매우 많다. 하나하나 논쟁적일 수밖에 없고 짧은 지면에서 모두 다루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제대로 토론되지 않은 채 정책이 시행되고 민간단체 사이의 공론장도 드물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책 결정은 아주 멀리서 이루어지고 현장과의 소통은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실천할 활동가도 찾기 힘들고, 행정의 정책 전문성은 계속 의심스럽다. 앞에서 던진 문제의식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해본다.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농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주민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주장이다.

첫째, 농민을 농사짓는 농업인만이 아니라 농촌에 사는 주민으로 확장하자. 마을에 살지 않는 농민(특히 축산농가)은 가짜 농민일 뿐이다. 읍내 아파트 살면서 농민 보조금은 다 받고, 악취나 폐수, 쓰레기만 마구 버리는 농민이 어찌 농민일 수 있는가?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촌 마을을 지키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주민이야말로 농민들의 진정한 이웃이고 진짜 주민이다. 이런 점에서 농민수당이나 공익형직불제 논의도 농촌 주민과 마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하고, 이런 점에서 마을공동체수당과 농촌기본소득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

둘째, 농업을 농촌 지역사회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자. 농업이 농촌에서 분리되고 돌출되어 나오면서 위험한 길을 걷게 되었다. 국가가 주도하는 ‘농업근대화’란 방향 자체가 농업이 가진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기능을 분리시켜 시장경제에 종속시키는 정책이었다. 그래서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푸드플랜 정책의 본질은 지역순환경제를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사회적농업도 행정의 프로그램 사업이 아니라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읍면 주민자치회 산하에 지역농업분과를 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조직화 측면에서 다양한 지역사회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농업이란 업종 단체, 좁은 의미의 농민단체에 머무르면 행정의 시혜를 바라는 (나쁜 의미의) 복지단체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정부 정책 영역마다 ‘줄서기식’으로 농민단체가 발족하는 것은 곤란하다. 칸막이를 더 강화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농어업회의소는 논의방식이나 구성이 너무 협소하다. 시장경제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둔 지역농업, 농촌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공동체농업으로 재조직하자면 읍면 단위에 더 주목해야 한다. 횡적 연대를 회복하지 않으면 공공성을 잃게 될 뿐이다.

넷째, 중복되는 주장이지만 읍면 주민자치회 전환 움직임에 적극 결합하자. 원래 기초자치단체이기도 했던 읍면 단위로 주민들의 실질적인 대표적인 자치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조직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라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주민자치회를 조직하면 된다. 행정은 주민들이 계획 수립과 예산 집행도 가능하도록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은 이런 방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회에 주목하지 않는 농민단체, 농정은 농촌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좁은 의미의 농업에만 매달리는 셈이다.

다섯째, 농촌 사회의 심각한 문제 영역마다 다양한 학습운동을 조직하자. 겨울 농한기가 되면 1주일씩 숙박연수를 하던 농민운동의 전통이 복원되어야 한다. 자주적인 학습이 없는 곳에 희망찬 미래도 있을 수 없다. 경관파괴, 악취와 쓰레기, 하천오염, 초등학교 폐교, 농산물 기획생산과 유통, 빈집과 주거복지, 노인복지 등 농촌문제는 너무 쉽게 보인다. 문제가 심각한 영역일수록 주민들이 느끼는 필요는 넓고 공통분모도 많다. 이런 영역마다 주민들의 자주적인 학습조직을 구성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실험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정책 예산은 사실 충분하다.

농촌이 미래가 암울하다 하나 어디선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지역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이 않는 구조적 틀에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 틈을 찾아 작은 희망의 씨앗을 키우고 튼튼한 진지를 확보하자.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준비하자. 마치 담쟁이가 담을 넘어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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