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오는데 태양광시설 농성장을 지키자니...”

[한국농어민신문]

<화덕의 귀환> 김성원, 소나무, 2011, 3만3000원

열손실 줄인 ‘축열부 흙침대’
초간단 페인트통 화덕 등
여러 생활 적정기술 쉽게 설명


곧 첫눈이 내릴 듯하다. 썰매 타기와 눈사람 만들기는 옛 동화 속 이야기고 난방비 걱정이 먼저다. ‘화덕’의 ‘귀환’은 그래서 반갑다. 귀환이라는 단어에서 반지의 제왕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고도의 적정기술 실무 서적이다.

오래된 후배이기도 한 저자 김성원의 솜씨는 다재다능하고 마음은 다정다감하다. 이 책도 그렇다. 따뜻한 훈기가 있다. 삽화 하나, 사진 하나에서 그의 흙투성이 땀내가 난다. 그가 해 온 수많은 실무교육, 수많은 이론 강의의 결산이다.

414쪽을 펴 보자. ‘축열부 흙 침대 만들기’편이다. 서양 벽난로의 가장 큰 단점인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축열부를 크게 한 벽난로 겸 구들 겸용 장치다. 연통으로 열기가 거의 나가지 않고 모두 흡수하는 구조다. 저자가 직접 시공한 사진들에는 재료, 치수, 구간별 장치 역할, 마감재 등이 사진에 삽화를 곁들여 내부 모습까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83-97쪽에는 로켓원리로 만드는 초 간단 깡통 화덕이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한 말 들이 페인트 통과 벽돌 몇 장이면 만들 수 있다. 도구라야 함석가위나 손 가위만 있으면 된다. 우리 집에도 내가 만든 이런 로켓원리 화덕은 완전연소가 되기에 연기도 안 나고 나무도 적게 든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적정기술(또는 중간기술 또는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을 담았다.

책이 500쪽이 넘게 두꺼우나 사진과 컷, 도면이 많이 있고 만들 대상별로 구분이 잘 되어 있어서 읽기도 쉽고 이해도 쉽다. 차례만 훑어봐도 알 수 있듯이 구들, 화덕 침대, 드럼통 화덕, 벽돌과 기왓장 화덕, 마당 화덕, 화목난로, 벽난로, 깡통 난로 등 온갖 생활 화덕들이 다 있고 10곳 이상의 시공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440-486쪽).

열의 복사와 대류, 전도 이야기(282쪽)를 읽을 때와 좋은 화덕의 조건, 나무연소의 비밀 등을 읽을 때는 열과 공기, 도구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 열 이용률을 높이는 방열판, 대류의 원활화, 화실과 연도의 비율, 열기 지연 판 등은 적정기술 화덕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해 준다.

베트남의 왕겨 가스풍로는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왕겨를 넣는 것이라 연료 구하기도 쉽다. 남아프리카의 조왕 화덕도 소개되어 있다. 세계적인 환경 운동단체인 시에라(Sierra)에서 보급하는 제품들이 더 있는데(228쪽) 사진과 원리 설명이 있어서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시골의 자급자족 삶 안내서

<전원생활자를 위한 자급자족 도구 교과서> 크리스 피터슨, 박지웅 역, 보누스, 2020, 1만7800원

코로나19 이후에는 위험도가 높은 밀집 도시 생활보다는 시골의 자급자족 삶에 대한 선호가 커질 것이라고 한다. <전원생활자를 위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웬만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한다.

뭐든 경험이 없다 보면 마음은 굴뚝이나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책의 차례를 보는 순간 걱정이 가신다. 작은 비닐하우스 만들기, 빗물 통, 감자나 채소 재배 상자, 화분, 닭장, 벌 키우기 등은 물론이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로 지렁이 키우기, 집 마당이 돋보이는 널빤지 울타리, 나물과 채소 말리는 허브 건조대 등 없는 게 없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텃밭과 정원관리, 생활용품 만들기, 가축 돌보기, 수확물 관리와 저장 등이다. 모두 24장인데 만드는 과정이 하나하나 사진으로 나와 있다. 간단한 재배 상자를 만드는 119쪽을 보면 판자를 대고 그냥 못질하는 게 아니다. 살짝 홈을 파서 견고하게 결합할 뿐 아니라 직사각형보다는 한쪽을 반원형으로 만들어 미적 감각을 한껏 높이고 있다. 분해도 가능하니 보관도 쉽다. 재배 상자 만들기만 있지 않다. 그 상자에서 감자를 키우는 농법(?)도 나와 있다.

온실과 함께 냉상 만들기도 있다. 냉상은 온실과 반대 시설로 1년 내내 신선 보관 용기라 하겠다. 여닫이가 가능한 냉상은 치수 그대로 재료를 잘라서 도면 따라 조립만 해 주면 만들 수 있게 되어있다. 필요한 자재만이 아니라 사용되는 공구도 나와 있다. 참 꼼꼼한 책이다.

이 책을 낸 보누스출판사는 ‘자연과 사람을 위한 지식-자급자족 시리즈’를 내는데 산속 생활 교과서, 집 수리 셀프 교과서, 무비료 텃밭농사 교과서 등이 있다.

 

에너지에 대한 체계적 이해법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위한 에너지 민주주의 강의> 이강준 외, 이매진, 2016, 1만3500원

자급자족이라 해도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보면 기후위기나 자연재해, 미세먼지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대안에너지라는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서 농촌 지역마다 숲을 파괴하고 극심한 민원이 생기는 것만 봐도 에너지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고장에도 태양광 반대 농성을 하는 마을이 있다. “겨울은 오는데 태양광 저지 농성 텐트를 지키자니 추수철에 이중고”라는 주민의 호소가 절절하다.

이 책은 기후문제에 대한 젊은 연구자들로 구성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낸 책이다. 기후 민주주의, 에너지 민주주의뿐 아니라 기후 정의, 음식 정의, 에너지 정의라는 신개념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에너지 부정의의 현실을 고발한다. 뉴스에 스치고 갔던 세 모녀 동사 사건 등을 살펴보고 에너지 안보까지 훑는다. 에너지와 경제, 정치, 핵, 일자리 등은 2부를 구성한다.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햇빛협동조합 발전 등이 소개되는 3부까지 읽다 보면 우리가 겨울을 맞아 가성비 좋은 난로 하나 들일까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범지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이라 하겠다.

국제간의 분쟁도 먹거리와 에너지라는 점을 비춰볼 때 에너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에너지 시민의 교양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들이 서문에 밝히는 바와 같이 중앙 집권형 에너지 정책을 벗어나 마을마다 에너지 자립 마을과 에너지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면 싶다.

전희식/농부. 마음치유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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