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축산물 유통혁신 목표
이성희 회장 공약 내걸었지만
수차례 회의에도 성과 없이
사업계획 설명 ‘제자리 걸음’
참여 위원들마저 “회의적”

안성농식품물류센터 기능 전환
계통매장 축산물 공급 갈등 등
혁신과제 논의 첩첩산중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농협의 ‘올바른유통위원회’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 마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조합장들은 올바른유통위원회에 대해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전한다.  

올바른유통위원회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공약 사업으로 지난 4월 23일 농협 유통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한시적 조직으로 출범했다. 오는 10월 중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유통혁신 선포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농협 조합장,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 등 2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농협경제지주 각 사업부문별 임직원들이 간사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희 회장의 공약으로 대외에 공개적으로 추진된 데다 농협의 농산물유통이 끊임없이 지적을 받아 왔던 만큼 농업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바른유통위원회가 지난 4월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운영되면서 3회에 걸친 위원회 본회의와 수차례의 소위원회를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농협의 사업계획 및 추진 방향 설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도매-소매-가공 등에 걸쳐 방대하게 다루다보니 실질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위원들의 지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 조합장은 “올바른유통위원회에 참석해보니 매우 방대한 사업계획만 세울 뿐 사업성과와 기대효과에 대한 분석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래놓고 사업이 제대로 안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류점만 내놓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농협경제지주 내부 사업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또다른 부실을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3년 개장한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의 기능 전환에 대한 얘기다.

농협의 농산물유통 거점 기능을 위해 건립된 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는 당시 연간 농산물 소포장 100만톤을 목표로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자됐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소포장 가동률이 12.5%까지 급락했고, 농협계통매장에서 센터를 통해 공급받은 농산물에 대한 가격과 품질 만족도가 낮게 나오는 등 농협 유통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에 올바른유통위원회의 유통혁신 과제로 설정돼 물류센터 운영 조직과 사업 전환이 논의되고 있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

농협경제지주 한 간부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가 현재 농협하나로유통 소관에서 농업경제지주로 이관해 도매사업을 일원화할 계획”이라며 “또한 농산물 소포장과 물류 기능을 하던 것을 농산물 전처리와 가공 등 상품화 시설로 전환하고 온라인유통 물류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모 전문가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 없이 잘못 그려진 그림 위에 덧칠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온라인과 디지털을 강조하며 오프라인에 대한 또 다른 투자가 고려되는 것 같은데 보다 신중한 사업성 분석이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과 전문인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농협계통 매장의 축산물 공급을 놓고 사업부문별 갈등 조짐도 보인다. 농협의 5대 유통자회사 매장에 공급되고 있는 축산물은 현재 농협유통이 총괄하고 있다. 농협유통이 음성축산물공판장의 매참인으로 경매에 참여해 축산물 도매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이 사업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유통자회사 매장에 공급되는 축산물이 연간 4000억원 규모에 달해 농협유통 측면에선 축산물을 내줄 경우 매출 축소는 물론 곧바로 적자 전환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농협 축산경제 측면에서는 확실한 수익기반을 챙길 수 있어 이번 올바른유통위원회를 통해 축산물 계통유통사업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이런 가운데 올바른유통위원회에 대해 일선 조합장들은 “올바른유통위원회가 출발할 당시 농협중앙회가 조합장들을 어우르려고 한 것 같이 보였다”며 “조합장과 농민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실익을 주는 유통혁신 방안을 도출해 내는 성과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