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까지 중단…유기 과수 출하처 잃고, 엽채류 정식 막막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이장희 기자]

■위기의 친환경 농가

개학 맞춰 수도권 공급 추진
조생종 배 50여톤 등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적채
“3분의 1 등교로 매출도 3분의 1”

꾸러미 사업 추가 진행 등
정책 나와야 재배 계획 수립
태풍 피해 겹쳐 고통 가중

 
농식품부, 소비 촉진행사 예정

친환경 농가들이 2학기 학교급식 중단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2학기 시작에 맞춰 한 해 농사를 지어온 친환경 과수 재배농가들은 학교급식 중단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기 과수 농가들에 따르면 현재 원황, 화산, 황금 등 조생종 배 50여톤이 학교급식 중단으로 출하처를 잃고 적채돼 있다. 이 물량은 9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학교에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고3을 제외한 초·중·고 전 학년 수업이 오는 11일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공급망이 끊어진 상태다. 3일 기준 등교수업을 중단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는 8208개교로 전체 2만740개교의 39.56%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엽채류를 생산하는 농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가 재 확산하면서 당장 공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향후 등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정식을 망설이고 있는 것.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농산물은 연간 총 14만톤, 9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중 친환경농산물이 약 8만톤, 5000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학기의 경우 농산물 꾸러미 사업으로 학교급식 농가들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었는데, 2학기 시작 전 코로나19가 재 확산 하는 바람에 다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조신호 군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 팀장은 “전북 군산의 경우 3분의 1 등교로, 학교급식 매출도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라며 “친환경 과일도 문제지만 엽채류 생산 농가의 경우 추석 이후 공급물량을 지금 정식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주저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품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2학기 꾸러미 사업 계획 등을 확실하게 밝혀야 학교급식 농가들이 재배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농가를 보호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관련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중순부터 학교급식 피해 농산물 소비 촉진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 20억원을 편성, 학교급식 피해 농산물을 20% 할인해 판매할 예정으로 약 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다만 농산물 꾸러미 사업의 경우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의가 필요하다보니 사업 진행 여부는 아직 확실히 결론나지 않았다. 

피해 농산물 소비 촉진행사 관련 김병혁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위원장은 “1학기에는 관련 사업이 처음 진행되다 보니 실제 피해 농가의 농산물이 꾸러미 사업에 쓰였는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에 진행하는 판촉행사는 연합회가 주관해 학교급식 피해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 촉진을 해 나가는 것이 특징으로, 생산자 입장에서는 약 65억원 정도의 판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중단 대응과정과 시사점’이라는 현안분석 자료를 통해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은 학교급식 중단으로 적채된 친환경농산물 소진 이외에도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일반소비자 공급 등 납품처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친환경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친환경농산물 소비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생산된 물량이라도 원활한 소비 이뤄져야”

■ 친농연 유기과수 분과회의 

학교급식 의존도 큰 유기 과수
‘거리두기 2.5’로 직거래도 한계
일부 유통업체 ‘덤핑 요구’
품위 못 맞춘 유기농 역차별도

“일부 규격만 공급 관행 고쳐
다양한 품위 유통될 수 있어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유기과수 분과위원들이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피해상황을 공유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3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의실에선 유기과수 분과위원들이 모여,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2학기 시작에 맞춰 한 해 농사를 지어온 유기과수 재배농가들은 이날 학교급식 중단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생산된 물량이라도 원활한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 입맛에 맞는 일정 품위 이상의 물량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품위의 유기과수가 취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재해에 이은 학교급식 중단=올해 초 발생한 냉해,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 악조건 속에서도 2학기 학교급식 출하에 맞춰 과일을 생산해온 농가들은 갑자기 등교수업이 줄면서 충격을 받고 있다. 

전남 함평 유기농 배 농가 박창범 씨는 “해마다 9월 1일경부터 서울 학교급식에 배를 공급했는데 갑자기 급식이 중단돼 판로를 잃어버렸다”며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하고 있고, 지역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보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기 과수는 공판장 판매도 어렵고 직거래도 한계가 있어 학교급식에 의존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서 유기 사과를 재배하는 최병국 농가는 “올 봄 냉해가 심했지만 어떻게든 열매를 달아서 왔는데 한 달 가까이 비가 오다보니 착색도 제대로 안된데다 방제 시기도 놓쳐 피해가 크다”며 “그런데다 지금 학교급식까지 막히다 보니 주변 사과 농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나마 포도는 최근 시세가 받쳐주면서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하지만 FTA로 포도 농가가 급감한 상황에서 다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유기 포도 농가 한경수 씨는 “FTA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품목이 포도다. 길거리 트럭에서도 수입포도를 놓고 팔아버리니 농가 수가 많이 줄었다”며 “그나마 유기 포도 농가들이 버텨줬는데 이마저도 최근 샤인머스켓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는 추세로, 올해 처음 서울 학교급식 공급을 통해 유기 포도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키고 싶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덤핑 전화까지=학교급식이 차질을 빚자 유통업체의 덤핑 요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범 농가는 “시장에서 학교급식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유통업자들이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 덤핑가격으로라도 유통업체에 넘기는 사람이 있고, 최근 무농약 농가가 늘어나면서 품위를 잘 맞출 수 없는 유기 농가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학기 학교급식 예산이 제대로 쓰일지도 걱정이다. 1학기의 경우 꾸러미 사업 등으로 학교급식 예산을 모두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2학기 들어 방역 예산 등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에서 학교급식 편성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영기 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교육국장은 “학교급식은 국가사무가 아니라 지방사무이다 보니 예산이 지자체 예산으로, 방역 예산이 모자라면 그 쪽으로 쓰일 수 있다”며 “지금 지자체에서 남는 예산을 모으고 있는데 학교급식 중단에 따라 남는 예산이 방역 예산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병국 농가는 “충북에선 1학기 친환경 급식 예산은 다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다른 곳도 예산을 쓸데가 많아 우려스럽다”며 “중앙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급식 농산물이 소비되도록 해 지자체가 따라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품위 유통되도록=유기 과수 재배 농가들은 학교급식이나 꾸러미 사업 등 유통 과정에서 다양한 품위가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배를 재배하는 이호철 농가는 “일정 크기의 규격을 통합하자는 얘기를 계속해 왔다. 농가에서 유통업체로 보내면 거기서 각 소비처에 맞게 품위를 골라야 하지 농가에서부터 규격을 맞춰 보내는 것은 어렵다”며 “농가를 위해서라도 물건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팔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 과수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권 한반도유기농배 대표농부는 “학교급식에 공급하다 보면 몇과 짜리, 몇과 짜리로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공장이 아니다”며 “공급하는 상품을 중량에 맞춰 보내는 개념으로 가야지, 어떤 어떤 규격만 달라고 하는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권 위원장은 또 “우리가 그동안 학교급식에 너무 매달려온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동안 대형마트 등의 유기농 코너가 점차 사라졌다. 우리는 환경을 지키는 농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양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계약재배 농가 학교급식 중단 피해 보상을”

■ 김인영 경기도의원 조례안 추진

자연·사회적 재난 합리적 지원 
친환경급식 안정적 수급 기대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김인영(더불어민주당·이천1)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지난 3일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됐다.

조례안은 최근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 학교급식과 관련한 계약재배 농가들의 피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정내용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으로 인해 친환경학교급식이 중단되는 사유가 발생할 시 학교급식에 참여하는 계약재배 농가의 피해구제와 피해보상에 대한 지원근거와 대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5월에 피해 입은 농가 지원을 시작으로 친환경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인영 의원은 “친환경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의 자연,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함으로써 친환경학교급식의 생산과 수급체계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경기도의 미래자원인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친환경급식을 제공하고자 물심양면으로 애쓰는 농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향후 불가피한 재난요인으로 급식관련 피해발생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합심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조례안은 오는 18일 경기도의회 제34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수원=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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