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농수산물 식재료 안정 공급
소비촉진 계획 근거 마련 등
한식산업 진흥·발전 방안 담겨

해외 우수한식당 지정
전문 인력 양성기관 도입 등
외식분야만 초점 맞춰 지적
한식산업 등 범위도 명시 안돼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함께 이어져 온 한식. 정부가 한식 진흥을 위한 정책을 펼친 지 10년이 넘었지만,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첫 시행한 ‘한식진흥법’이 갖는 의미가 크다. 정책 주관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듯 전통식품, 전통주 등에서 우리 먹거리를 발굴하고 위상을 높일 기회다. 무엇보다 이 법안에는 한식과 농어업의 연계 강화를 위한 근거가 포함됐다. 농어업과의 연계 강화는 물론 동시에 한식산업도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셈이다. 한식진흥법 내용과 업계 및 전문가 반응을 살폈다.


▲무엇이 담겼나=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식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최근 발표했다. 한식진흥법에서는 한식의 정의를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어 온 식자재 또는 그와 유사한 식자재를 사용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조리방법 또는 그와 유사한 조리방법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음식과 그 음식과 관련된 유형·무형의 자원·활용 및 음식문화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한식진흥법에는 한식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실태조사와 연구·개발 △한식 정보체계의 구축 △전문 인력 양성 △국제교류 및 협력의 촉진 △한식의 발굴·복원과 계승·발전 △제도개선과 재원확보 △한식과 농어업의 연계 강화 등의 근거가 담겼다. 무엇보다 한식의 식자재로 사용되는 농수산물을 안정적 공급하고, 소비촉진을 위한 계획 수립 근거가 마련됐다.

한식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제도 도입된다. 그동안 식품분야 정규교육기관 중에서도 한식 관련 학과는 소수에 불과했고, 궁중 요리나 의례 음식 등 한식 관련 분야도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한식업계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통해 양식, 일식 등 타 분야로 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우수한식당 지정 기준도 마련됐다. 지정 요건은 최근 3년간 해당 국가에서 한식당을 운영해야 하고, 주메뉴를 기준으로 한식이 전체 메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이 돼야 한다. 또 평가 항목에는 한국산 식자재를 사용할 것과 해당 한식당이 한식과 한식문화를 알리는 데 적합하고, 조리장은 한식 관련 분야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조건 등이 있다.


▲업계 및 전문가 반응=하지만 한식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주로 해외 우수한식당 지정과 전문 인력 양성기관 등에 대한 내용만 주로 다뤄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식진흥법이 너무 외식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국내 한 전통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식도 우리 문화의 일부인데, 한식 정책이 해외 한식당, 한식 전문인력 양성 등 너무 외식 위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우리 땅에서 생산한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 곧 문화이자 한식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한식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1년 동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식산업 및 한식사업자에 대한 ‘범위’나 한식의 확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식 관련 실태조사나 정보체계 구축 등 통계를 기반으로 한식산업의 변화 예측이 어려워 정책 이행,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희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시행령에서 말하는 한식의 확산이 정확히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한식의 확산을 법상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으면 향후 정부나 지자체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근거 해석의 여지도 많고 반론의 여지도 크기 때문에 실제 지원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적어도 한식에 대한 통계가 나오려면 한식산업, 한식종사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정책에서 소상공인의 범위는 서비스 및 음식점은 4인 이하, 택시 운송업은 9인 이하, 건설·제조업 9인 이하 등 산업별로 매우 세세하게 명시돼 있다”며 “한식 통계도 산업의 범위가 구체화하지 않으면 산업의 변화 예측은 물론 산업이 갖는 파급력도 알 수 없어 향후 예상 편성은 물론 정부 정책을 펼칠 근거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첫 시행법에 모든 걸 담을 순 없기에 이후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가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농식품부 2020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한식 및 외식산업 육성 예산은 2019년 98억5800만원, 2020년 133억9600만원이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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