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두 /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알림]

농지는 농업의 근간입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은 사문화된 지 오래고, 절반이 넘는 농지가 비농민 소유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대표적 농지 전문가인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월1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국농어민신문]

농지제도에 대해서는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 조항으로 규정하여왔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의 경우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고 규정하였으며, 1962년과 1980년 및 1987년에 개정된 헌법에서는 모두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였다.

1980년 개정 헌법에서는 단서 조항으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임대차 및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하였으며,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하고, 제2항에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였다. 헌법에 규정된 농지제도는 시종일관 자작농주의 농지제도였던 것이다.

제헌헌법에 규정된 농지분배를 위한 법률로서 「농지개혁법」이 제정되고, 그에 따라 농지개혁사업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후 오랫동안 소작제도를 금지하고 농지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허용하는 법률은 제정되지 못하였다. 1958∼1979년에 6차에 걸친 「농지법」 제정 시도가 무산되었으며, 1986년에 「농지임대차관리법」이 제정된 뒤 시행 유보되다가 1990년에 시행되기에 이르렀으나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되었다.

1996년부터 시행된 「농지법」은 1950년에 실시된 농지개혁이 법률에 의해 1968년에 종료된 지 26년만에 제정된 법률로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1910∼1918년에 일제가 시행한 조선토지조사사업, 1950년에 실시된 농지개혁사업의 뒤를 잇는 획기적인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지법」은 이후 수없이 개정을 거쳤지만 내용을 구성하는 각 분야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지는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예외조항으로 1∼10항까지 11가지 사유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 중 비농업인이 상속을 통해 농지를 소유하게 된 경우와 이농 후에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후계농업인을 확보하고 있는 농업인의 비율이 전체 농가의 5%에 불과한 실정이므로 상속 농지의 95%는 비농업인이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의 고령화율과 영농 승계율을 고려할 때, 이들의 사망 시점인 약 15년 후(평균 기대수명 81.4세 적용)에는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업인 소유농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써 「농지법」은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둘째,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상속의 경우 이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며, 나아가 발급받기 위해 제출하는 가장 중요한 서류인 농업경영계획서에 기재하는 내용은 취득 대상 농지의 면적과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농업기계·장비·시설의 확보 방안 및 소유 농지의 이용 실태 등으로서, 글자 그대로 계획서를 심사하는 데 불과하여 과연 농업경영을 하는지 여부는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취득자격증명에 대한 심사가 지극히 허술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농지법」 제3장 제1절 농지의 이용 증진 등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분야인데, 「농지법」 시행 초기에 각 시·군별로 농지이용계획서를 작성하였으나 이를 활용한 적이 없으며, 이후 현재까지 제2절의 대부분의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어 있다. 농지이용계획의 수립, 농지이용증진사업의 시행,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의 수립, 농지이용증진사업에 대한 지원 등의 조항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넷째, 「농지법」은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임대차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예외로서 9가지 사유를 나열하고 있으며, 더욱이 2018년 현재 임차농지는 전체 농지의 45%, 임차농가는 전체 농지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과 「농지법」의 농지임대차 금지 규정은 법률 조항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어떤 구속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섯째, 농지보전 관련 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농업진흥지역의 농지 면적은 전체 농지면적의 48%에 불과하며, 매년 1만5000ha 안팎의 농지가 전용허가를 통해 비농지로 바뀔 뿐 아니라 우량농지에 해당되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도 매년 2000ha 이상 전용되고 있다. 더욱이 국가 전체적으로 지키고 보전해야 할 목표 면적을 설정 및 배정하는 제도도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 농지의 90%가 우리의 농업진흥지역에 해당되는 농용지구역 내 농지이며,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및 농용지구역의 목표 면적을 설정하여 도·도·부·현별로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섯째,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관리기금을 관리하며 농지은행사업으로서 농지의 매입/임차, 매도/임대 업무와 부채농가 경영회생, 농지연금, 농지정보화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으나 농지 매매와 임대차 등 거래의 신고나 허가 및 관리, 농지이용조정을 통한 농지 이용 집적 등 농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농지관리기구는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농업위원회와 농지중간관리기구 등의 농지관리기구가 농지 매매와 임대차 등 거래의 허가, 농지 휴경 방지, 농지이용조정과 이용 집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해 이상과 같은 농지제도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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