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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에도 농촌은 없다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가 7일 경기 안성시,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제천시·음성군, 충남 천안시·아산시 등 7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지정한 데 이어 13일 전북 남원·나주시, 전남 구례·곡성·담양·화순·함평·영광·장성군, 경남 하동·합천군 등 11개 지자체를 추가 지정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자체의 복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비가 추가 지원된다. 생계구호 차원의 재난지원금과 전기요금 감면 등의 추가 혜택도 주어진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고 있다. 대규모 재난의 효과적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지역대책본부장(지자체장) 요청 시에 검토 대상이다. 시군구의 경우 국고지원기준(18억~42억원) 피해액의 2.5배(45억~105억원) 초과, 읍면동은 4.5억~10.5억원 초과 시 선포할 수 있다. 피해조사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이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이 재가·선포한다. 시군구의 경우 피해액이 최소 45억원을 넘어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것.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특별재난지역 지정 여부는 피해 산출액이 정해진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렇다보니 도로 등 공공시설에 대한 피해가 많은 지역 위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정되는 경우들이 있다.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피해 조사를 위한 접근성이 어려운 경우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늦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이번 수해 피해와 관련해서도 이런 불만들이 있는 상황이다. 복구비 지원단가의 현실화와 함께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련해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해달라는 농업계의 요구도 있다. 피해금액 산정 시 농산물 피해액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공공시설 위주의 피해 산정으로 시군구 중심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이뤄지고 있고, 자연재난이 빈번한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농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요구인데, 아직도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재난기간에 발생한 피해금액에는 ‘농작물·동산 및 공장의 피해금액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

정부 당국은 농산물이 사유재산이라는 특성이 있는 데다 피해액 산정에 행정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피해 금액 산정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어려움을 들어 농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재난 지원과 관련한 국가 예산이 실링 안에서 운영되다보니 농산물 피해액이 포함된다고 하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지자체별 기준 자체가 전반적으로 상향될 가능성도 있고, 농촌 지역이 아닌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20대 국회의 마지막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경대수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 변경 문제는 앞선 19대 국회에서부터 줄기차게 주장한 내용이다. 태풍 피해액 산정에 시설물만 포함되다보니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도 농민에게는 돌아가는 실익이 없다”며 “실질적인 농작물 피해액이 선포 기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재난 피해 집계에 농작물 피해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함하는 것뿐만 아니라 포함됐을 때 정부 지원이 달라질 수 있어야 하는 부분도 같이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대수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농업·농촌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내용을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

여러 이유로 관련 논의가 중단돼 있는 상황에서도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있다. 재난은 또 도시와 농촌을 가려서 오지 않는다. 재난 피해 복구 및 지원과 관련해 농업·농촌이 소외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21대 국회가 농업·농촌도 보듬을 수 있는 현실적인 특별재난지역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고성진 기자 농업부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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