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권한 분산여부 철저히 검증해야”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중앙회 영향력 여전히 큰 탓
경제지주·자회사 책임경영 미흡
조직구조 중첩·옥상옥
다른 방향으로 전환 목소리도

물량보다 내실화에 초점
경제사업 평가 이뤄져야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체제의 종합적인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이 농업과 농민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는 지난 6일 ‘농협 지주회사 체제 점검’을 주제로 제 2차 공개포럼을 가졌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은 지난 2012년 확정돼 신용과 경제사업이 분리됐으며, 올해 지주회사 체제 8년차를 맞이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종안 소장은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사업 권한의 분산 여부 △금융사업의 수익 건전성 및 농업지원사업비 규모 △협동조합적 계열화 체계 구축을 통한 범농협 전반의 사업 역량 강화 수준 등이 핵심 점검 요소라고 밝혔다.

김종안 소장은 “사업구조개편의 핵심 목적은 농협중앙회에 집중된 사업에 대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의사결정 구조 및 임원 선임 권한 등 경제지주 및 자회사의 중앙회 종속성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회 교육지원사업의 금융지주 지원, 경제사업 책임판매, 경제지주와 회원농협간 사업경합을 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안 소장은 사업구조개편 이후 경제사업 현황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농협경제지주 책임판매비율에 대해 회원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30.5%로 목표 대비 6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김종안 소장은 “농협중앙회가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지주 및 자회사의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미흡하다”며 “더구나 경제지주와 자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중앙회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업무 비효율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지주회사 체제 현황에 대해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사업구조 개편 성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무진 전국농민회 정책위원장은 “농협의 지주회사 체제 구조가 농업에 대해 어떤 역할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조직구조가 중첩되고 옥상옥인데 경제지주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할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사업구조개편 평가에서 농협이 농업인 지위와 농업경쟁력 확보에 기여했고 농협 임직원들이 노력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농협경제지주는 주식회사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사업구조개편 이전과 차이가 무엇이고 농협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현행 지주 체제가 수익인지 아니면 지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지주 체제 개선에 대한 농특위 좋은농협위원회 위원들의 대안도 제시됐다.

최창열 위원(거창축협 조합장)은 “농협경제지주와 자회사 대표에 대한 중앙회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구조”라며 “대표이사를 대의원 조합장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임기 3년과 연임이 가능하도록 해 경영독립과 책임경영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병철 위원(고산농협 상임이사)은 “지역조합의 경제사업 열정이 줄어들고 신경분리 이후 중앙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판매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불평과 불만 때문에 판매사업을 열심히 하는 조합장이 선거에 불리하다. 따라서 물량과 규모에 대한 평가보다는 경제사업 내실과 질적 중심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재 위원(GS&J 시니어이코노미스트)은 “경영자가 경영책임을 지고 수익을 남겨야 하는데 외부 간섭이 많다. 법과 규정에도 없는 간섭을 차단하고 이사회는 경영성과에 따라 대표이사를 평가해야 한다”며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좋은농협위원회와 농민단체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서준한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완료된 후 올해로 3년이 경과됐다”며 “우선적으로 지주 체제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영수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은 “농업경제지주가 지속가능하려면 수익이 창출돼야 하고 농협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농업경제의 사업 위험을 관리하는 부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경제지주와 자회사가 올바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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