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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직불금 위헌 논란···전문가 의견 들어보니예산 이유 대상자 제한 타당성 없어…선의의 피해자 없도록 규정 바꿔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지급실적 있는 농지만 대상
평등·신뢰원칙 위반 소지
“재정규모상 현실적 불가피”
농식품부 해명 불구

“도입 취지·목적에 맞지 않아
예산에 맞춰 제도 만들기 안돼”
전문가들 개선 한목소리
 
지급 대상은 폭넓게 하고
준수의무 등 수령 기준 엄격히
‘선택형 직불’ 더 확대해야

현행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직불법)’에서 직불금 지급대상 농지 요건을 제한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예산 제약’을 근거로 지급 대상자를 제한한 것은 타당성이 없으며, 공익직불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게 관련 규정을 개선,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예산 규모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거꾸로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예고됐던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위헌 논란 왜 나왔나=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최근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을 ‘과거 3년 중 1회 이상 직불금 지급실적이 있는 농지’로 제한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과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①개정 전 법에 따라 직불금 수령자격이 있었으나 2017~2019년 사이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불금을 지급 받은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 위반 소지가 있고 ②실제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지급대상에서 배제된 농가는 신청만 하면 직불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저해되어 신뢰보호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말까지 공익직불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 때문에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예산 제약 하에서 안정적 제도 설계 및 정착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수진 식량정책관은 “전체 농지 158만ha 중 지난해 쌀·밭·조건불리 직불금을 받은 농지가 116만ha로 그 차이가 42만ha에 달한다. 재정 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얼마나 많은 농가가 새로 신청을 할지 정부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상 면적의 제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관은 이어 “기존 농업인의 직불금 수령액이 과거 지급수준에 비해 감소하지 않도록 단가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 중 하나였다”면서, 특히 “동 사안은 기존에 지급받던 대상을 배제하거나 소급적으로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설명, 납득 어렵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여건’을 이유로 지급대상을 제한했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은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얘기”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정환 GSn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정부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중소농가의 소득 안정과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이라는 공익직불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봤을 때 ‘예산’ 때문에 지급 대상에 제한을 뒀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처음부터 예산이 문제였다면,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정부가 쌀 변동직불제 폐지에 매달려 협상을 추진하면서 ‘하후상유지’ 원칙을 정해놓고 대농측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다보니 단가 조정 등에서 있어서 운신의 폭이 대단히 좁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미래의 공익기능을 증진시키는 데 정책의 목적이 있다면, 과거의 지급 실적으로 현재의 직불금 수급을 제한하는 것은 정책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양승룡 고려대학교 교수는 “공익직불제라는 제도를 우선 디자인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세웠어야 하는데, 예산에 맞춰 제도를 디자인하다보니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계층이 생긴 것”이라고 꼬집고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농지와 농가에 대한 실태 파악이 우선됐어야 하고, 제약 조건을 두는 것이 목적에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그린뉴딜에는 73조를 투입한다고 하면서, 그린 뉴딜의 핵심인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직불예산 확충은 돈이 없어서 안된다는 건 어폐가 있다”면서 “지급 대상자 추계가 어렵다는 변명도 결국, 농업경영체 관리나 농지 관리 등 그동안 정부가 수행했어야 할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일 뿐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민간에서 농지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겠나”라고 비판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공익직불제 도입의 근본 취지를 살리려면 지급 대상은 폭넓게 하고, 준수의무 등의 수령 기준은 엄격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현재는 기본직불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직불 예산을 현재보다 더 키우면서 선택형의 비중을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과 지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형 공익 프로그램을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먼저 “예산 제약과 부정수급 차단을 위해서라는 농식품부의 입장은 너무 궁색하다”고 짚고, 기본직불금에서 배제된 농가들에 대한 구제 방안으로 ‘선택형 직불 확대’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직불제 도입의 이유가 공익기능 강화라고 볼 때, 선택형 직불의 경우 준수의무 강화 대신 기본직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원을 확대하고, 공익적 기능은 더 강화되는 순기능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기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이라는 것이 타당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한테는 어떤 이유든 예산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예산을 정해 놓고 거꾸로 하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법 개정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만큼 올해 우선 시행을 하면서 현장의 문제점을 촘촘하게 챙겨서 예산당국도, 농업계도 설득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선아·이병성·고성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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