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배추 주산지 ‘현장 점검’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주) 관계자들과 산지유통인 등이 강원도 태백시 화전동에 있는 제 2개간지에서 고랭지 배추 작황을 점검하고 있다.

늦은 추석·고온기 피해 우려로
평소보다 정식 늦춘 농가 다수 
평창 지역 전체 약 30% 감소 등
앞으로 한 달, 물량 적을 전망

지난해 8월 가격 너무 낮은 탓
올해 폭등으로 비춰질 우려
“농가 소득 그만큼 오르지 않아”
현장선 벌써 언론보도 걱정


고랭지 배추 출하가 시작됐다. 평소보다 정식을 늦춘 농가들이 많아 8월 중하순까지는 가격이 평년을 웃돌 전망이다. 올해 추석이 늦은 탓도 있지만 고온기 작물 피해가 잦아진 것도 정식을 미룬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강원도 태백 등 고랭지 배추 주산지에서는 고온기 피해와 함께 병해충 피해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농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16일 대아청과(주) 관계자들과 함께 강원도 고랭지 배추 현장 점검을 동행 취재했다. 

7월 20일 경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여간 출하하는 고랭지 배추는 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만난 이경훈 초록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작황은 큰 변수가 없다면 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출하시기를 9월로 미룬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이 많아 앞으로 한 달간 출하 물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 한다”고 전했다. 

산지 관계자들은 평창 지역 전체로 볼 때 8월 20일까지 출하할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30% 줄어든 것으로 봤다. 이는 고온 피해가 잦아지면서 한 여름 출하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 이경훈 대표는 “올해 추석이 10월에 있어 출하시기를 뒤로 조정한 면도 있지만, 지난해 고온피해를 본 농가들이 위험 부담을 많이 느껴 정식을 늦췄다”고 전했다. 

이에 8월 중하순까지 고랭지 배추 가격은 평년 가격인 10kg 당 1만2000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부장은 “8월 20일경까지 나오는 배추는 1만2000~1만3000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가락시장 반입물량에 따라 단기적으로 좀 더 오를 순 있겠지만 대체적으론 평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형성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한 달여, 배추값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자 현장에선 벌써부터 언론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8월 평균 도매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훨씬 낮은 10kg 당 7000원선에서 형성돼, 올해 8월 형성되는 배춧값이 마치 폭등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영환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은 “배춧값이 조금 오르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농가 소득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며 “더욱이 요즘엔 인건비가 많이 오른 데다, 노동의 질도 점점 떨어져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산지유통인도 “가격이 좀 오르면 중간유통상인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도돼 답답하다”며 “한여름 배추는 하루만 지나도 푹푹 썩어 매점매석을 할 수도 없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데 이런 부분은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컸다. 고랭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여름 기온이 크게 오르다보니 고온 피해는 물론 병해 발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부장은 “완전 고랭지로 분류되는 태백 매봉산도 한여름 30도까지 올라가는데다, 현장 파악결과 배추가 붉게 변하는 황화병도 번지고 있다”며 “태백 귀네미에서는 연작 피해가 생기면서 배추를 심을 수 있는 면적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 같다. 약제로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고랭지 배추 재배는 점점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8월에 나오는 배추는 점차 재배를 꺼리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9월부터는 정식을 미룬 배추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코로나19로 가정 내 김치 소비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대아청과는 14일 대관령원예농협을 방문, 농산물 판매확대 및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측은 이 업무협약을 통해 우수농산물 출하 및 농업인 수취가격 제고를 위해 앞장서며, 농업인 실익 증대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협약식에서 유영환 조합장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책임지는 대관령원협과 대아청과가 만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 한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소비자에게는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가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기영 대아청과 상무는 “오랜 기간 함께 협력해 온 대관령원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 한다”며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농민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만큼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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