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도매시장 진입장벽 세워
독과점적 시장 형성”
농안법 문제 꼽은 반면

“생산자 보호 위한 규제법
구조개선 신중해야”
농업계선 반대 시각 뚜렷 

농수산물 도매시장 규제 개선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련 규제를 발굴·개선하겠다고 나선 것. 공정위는 현행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도매시장 진입장벽을 세워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시각이지만, 농업계에선 생산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법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 양측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규제학회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공동으로 2020년 학술심포지엄을 10일 개최했다.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경쟁제한적 규제개선의 과제와 방향 : 농산물 유통분야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정위TV’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중계했다. 

기조발표에서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공정위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관련 규제를 발굴·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국민생활 접점분야 중심의 경쟁제한적 규제의 발굴과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농산물 유통분야를 중심으로 농산물 도매시장과 관련한 신규사업자 진입 및 거래방식에 대한 규제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9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진입규제를 정비한다는 취지에서 도매시장법인 등록제 전환을 뼈대로한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 등은 법인 난립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해 반대한 바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혁우 배제대학교 교수와 김윤두 건국대학교 교수 모두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시장이 경쟁제한적 진입규제로 인해 독과점적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봤다. 이에 ‘경쟁’요소를 도입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이혁우 배제대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농안법 구조를 농업 관련 유통 측면에 맞춰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하는 시기”라며 “농안법에서 각 주체간 역할을 정해 놓다보니 규제지대가 생기고 유통 효율화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배당성향이 50%가 넘는데 농업이나 유통 분야로 선순환하는 배당이 아니다”라고 꼬집으며, △수탁독점 △도매시장법인 지정제 △위탁수수료 중심 수익창출 구조가 농산물 도매시장의 독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촉진 방안으로 △도매시장법인 공모제 도입 △개설자의 지정권한 강화 △통합정산 체계 도입을, 유통주체간 경쟁촉진 방안으로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 판매조건 완화 △중도매인 직접수집 조건 완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가 있는 만큼 구조 개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 

종합토론에서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수수료 상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다 의도가 있는 것이다. 법인은 생산자를 대표해 어쨌든 비싸게 팔아야 좋은 반면, 중도매인은 소비자를 대표하는 ‘차익상인’으로 싸게 살수록 자기 수익이 올라가게끔 돼 있다”며 “그래서 지금도 농안법 상에는 수탁판매 원칙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매시장 개혁 방향에 대해선 “정산기구가 도입돼 사실상 법인과 중도매인 간 소속을 없애고, 수집력이 떨어지는 법인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근본적인 도매시장 개혁 방향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안법은 소비지 유통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달리, 기본적으로 농산물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매시장 유통주체 활동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한 특별법”이라며 “따라서 농산물 도매시장 설립 목적과 규제 조문들의 의도와 지향점을 바탕에 깔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매시장법인 숫자만 가지고 독점적 구조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도매시장별로 법인의 적정수를 평가해 법인 수를 조절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김현종 박사는 “농산물 유통은 소비자 중심으로 살펴보는 측면도 있지만, 정책 목표는 판매자 보호에 있다 보니까 하나의 관점에서 평가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사안”이라며 “제도 개선이라는 측면에선 취지는 좋지만 위험성이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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