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올해 재배면적 20% 줄었지만
소비 하락세로 재고 물량 쌓여
비계약 보리값 생산비 아래 ‘뚝’
대책 논의도 없어 농가 발동동


보리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판로가 막히고 산지가격 또한 추락해 보리재배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계청의 맥류 재배면적 조사 결과 2020년산 보리 재배면적이 3만4978ha로 지난해 4만3720ha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리 품종별로는 쌀보리가 1만9498ha로 지난해 2만3100ha보다 15.6% 줄었고, 겉보리는 7310ha로 지난해 9985ha보다 26.8% 감소했다. 맥주보리 또한 8170ha로 지난해 1만634ha보다 23.2% 줄었다.      

재배면적 감소로 올해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사상 유래 없던 작황으로 20만3000톤이 생산됐다. 올해의 경우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을 감안하면 15만톤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지난해보다 5만톤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간 보리 소비량이 12만톤 수준인데 반해 생산량이 이보다 많아 공급과잉은 지속되고 있다. 보리 소비가 매년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월되는 재고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 양곡유통업체 대표는 “여름철에 보리를 찾는 소비자 주문이 많았지만 해가 갈수록 보리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지난해 매입한 물량이 아직도 창고에 가득 쌓여있어 언제 다 처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보리의 고정 수요는 주정용(소주)과 맥주용 등으로 제한적이다. 주류 업체가 농협을 통해 주정용 3만5000톤, 맥주용 1만4000톤, 보리차 가공용 3000톤 등 총 5만2000톤을 계약재배하고 있는 게 전부다. 계약재배 가격은 40kg(조곡 기준)당 겉보리와 맥주보리 3만원, 쌀보리 3만4000원 등이다. 또한 주정용 등은 계약재배를 통해 사전에 가격이 정해지는 반면 비계약 물량은 시세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계약 물량은 매년 평균 10만톤 안팎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산지 보리시세가 지난해보다 더욱 하락한 가운데 판로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보리 주산지인 전라도 지역의 산지시세를 파악한 결과 조곡 40kg당 쌀보리(찰보리) 2만3000~2만4000원, 맥주보리 2만~2만1000원, 겉보리 1만8000~1만9000원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농가들이 수확한 보리를 판매할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실정이다. 

전북의 모 농협 조합장은 “비계약 물량 보리는 시세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비 이하로 추락했다”며 “양곡업체들의 보리 매입도 중단 상태인데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보리 대책 논의도 거의 없어 농가들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보리 비계약물량에 대한 산지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7월 중순경 발표되는 통계청의 보리생산량 조사 결과 발표될 예정이고, 현재 보리대책 방향에 대해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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