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타결하기로 합의하면서 필리핀산 수입과일 공략으로 우리 과일농가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23일 가락동도매시장 상인이 과일경매장에서 경매가 끝난 필리핀산 바나나 등 수입과일을 저온 저장창고로 옮기고 있다. 김흥진 기자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과일 수입 미국 이어 두 번째
수입 관세율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 불보듯


정부가 필리핀과 FTA를 조속히 타결키로 합의함에 따라 바나나 등 열대과일의 국내 과일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산 과일이 이미 국내시장을 파고든 가운데 필리핀과 FTA가 발효되면 국내 과수농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실장은 지난 22일 필리핀 세페리노 로돌포 통상산업부 차관과 한·필리핀 FTA 수석대표 화상 회의를 가졌다. 양국이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조속한 협상 타결을 협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양자 FTA 체결이 코로나19로 인한 위축된 양국 간 무역·투자를 활성화 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상호 관심 분야 시장개방에 유연한 자세로 노력키로 합의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지난 2019년 4월 FTA 추진에 합의하고 6월 협상을 개시했으며 올해 1월까지 제5차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고 2020년 최종 타결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처럼 양국간 FTA가 체결되면 필리핀산 열대과일의 국내 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으로부터 과일수입액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산 열대과일 수입금액은 2016년 3억5600만달러, 2017년 3억6000만달러, 2018년 3억4900만달러, 2019년 2억99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가 과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미국으로부터 수입액은 지난 2019년의 경우 4억7800만달러였다.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필리핀산 열대과일이 FTA를 지렛대 삼아 국내 과일시장에서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의 경우 현행 수입관세율 30% 이하로 내려가면 가격경쟁력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 필리핀도 FTA를 통해 자국산 열대과일의 대한국 수출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아세안 FTA 발효 이후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과일 수입이 증가세를 기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리핀과 FTA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양허품목에 어떠한 열대과일이 포함될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문제. 다만 바나나, 파인애플 등 기존 수입량이 많은 품목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 관계자는 “아세안과 FTA는 열대과일이 민감품목으로 양허가 제외되었지만 필리핀이 이번 FTA에서 열대과일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FTA 협상이 끝나고 품목별 관세율 등 영향분석 결과에 따라 농업부문 대책이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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