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암소 한 마리 도태 당 5개 씩
우수 정액 총 10만개 공급
저능력우 2만 마리 도태 계획 

30만~50만원에 불법 거래 등
1그룹 정액 쏠림현상 심한데
정부가 더욱 가중시킬 우려 

“개량에 맞게 정액 지원해야”
“송아지 생산만 부추길 수도”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우 사육두수 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한우 암소 자율감축 농가 우수 정액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본보가 확보한 농식품부의 한우 암소 자율감축 농가 우수 정액지원사업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저능력 암소 도태 등 보유 암소의 10%를 감축(비육·출하)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추진한다. 보유 암소수가 50마리 이상인 농가를 대상으로 지역축협을 통해 유전능력평가지수(혈통지수)가 하위 30% 이하인 개체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사업 목적은 저능력 암소를 조기도태하고 나머지 암소는 우수 정액을 활용한 수정으로 후대 송아지의 개량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농가가 저능력 암소 한 마리를 도태할 경우 우수 정액 5개를 지원한다. 공급되는 정액은 농협 가축개량원이 배부하는 1그룹 정액 중 농가가 선호하는 상위 15위 내 정액이다. 정액 공급은 총 10만개로 농식품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2만 마리의 저능력우 암소를 도태할 계획이다. 정액 비용은 농가 또는 사업을 시행하는 시·군에서 부담한다.

사업 대상자 선정은 관할지역 농가의 수요를 받아 500마리 이상 저능력 암소 감축계획을 수립한 시·군중에서 선정해 추진한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농가는 이력정보를 통해 임신·출산, 비육·출하 여부를 지속적으로 사후관리하고 사업대상 농가는 2년간 감축한 사육마릿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우업계에서는 가뜩이나 특정 한우 정액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1그룹 정액만 공급하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농장 상황에 맞는 정액을 사용하며 개량을 진행해야 하지만 정부가 사업 실효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농장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농가들에게 1그룹 정액 사용만을 유도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농식품부의 이번 정책이 웃돈을 주고 인기 정액을 거래하는 현상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가 공급을 추진하는 1그룹 정액의 가격은 1개당 1만원이지만 인기 정액의 경우 현장에서는 30만~50만원의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해당 사업 시행에 따라 1그룹 정액(10만개)을 소진할 경우 나머지 1그룹 정액을 확보하려는 농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고 1그룹 정액을 확보하려는 불법 거래를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한우, 안정적 수급 관리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정책을 두고 “개량에 맞게 정액을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이 어디 있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한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우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농장의 개량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1그룹 정액 지원, 특정 정액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해당 사업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육두수 감축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암소 한 마리당 5개의 정액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지 모르겠다”면서 “일시적으로는 감소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유전 능력이 좋은 정액을 통해 송아지 생산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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