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한국농어민신문]

녹지·자연경관에 가까운 곳에 사는 게
더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로 연결
관계적 개념의 ‘사회적 신뢰’ 높여가야

세계 154개 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세계행복보고서 2020’이 지난 3월 20일에 발표됐고, 한국은 2019년보다 총점은 약간 상승했음에도 순위는 54위였다가 61위로 떨어졌다. 다른 나라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행복을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 편집에 참여한 전문가는 행복의 조건은 좋은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사회적 신뢰, 정직한 정부, 안전한 환경 및 건강한 삶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계속해서 이와 같은 조건들이 나아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정책입안자들이 잘 모색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행복지도(국회 미래연구원)에서는 지역별 행복지수를 측정했다. ‘당신은 행복한가. 그리고 당신이 사는 동네는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건강, 안전, 환경, 경제, 교육, 관계 및 사회참여, 여가 영역과 삶의 만족도를 조사, 229개 시군구별 행복지수로 제시했다. 조사결과 상위 20%에 해당하는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하위 20%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은 경북이었다. 세계행복보고서 역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시 거주자가 농촌 거주자보다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는 도시에서 행복하다는 이점이 사라지거나 때로는 부정적으로 변한다고 전제하고, 농촌지역에서 살기를 원할 때 행복에 대한 탐색이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전문가(옥스포드대 웰빙연구센터 소장 얀 엠마뉴엘 드 네브)의 해석을 덧붙였다.

이와 같은 해석을 따르면 우리의 농촌은 도시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2018)를 보면 현재 삶이 행복하다는 비율은 도시(55.6%)보다 농어촌(44.9%)이 낮지만 영농여부에 따라서는 농어가(48.7%)가 비농어가(43.3%)보다 높다. 직업으로서 ‘농업’이기는 하지만, 건강하고 자연적인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사회의 행복과 웰빙 수준을 지원하고 높이기 때문에 녹지나 자연경관에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공동체로 연결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 ‘도시와 농촌 관계없이 행복한 사회환경이란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신뢰하고 함께 즐기며, 그들의 상황을 공유하는 곳이며, 공유된 신뢰는 고난의 부담을 줄인다. 그로 인해 삶의 질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때문에 회복력도 더 있다’고 세계행복보고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녹지에서 친구와 함께 한다면 말이다.

농촌진흥청의 실험에 따르면 농장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며 걸을 때 긴장이완의 뇌파를 자극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증가했다. 지역사회에서 버려진 공간에 꽃을 심고 가꾸는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 심지어 신발도 있었지만 그 곳에 꽃을 심고 잘 돌보니, 폭풍성장한 모습이 뿌듯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가득했었지만 이제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가는 곳이 돼서 기쁘다. 정원을 만드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우리가 직접 정원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분들도 있었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 기분이 좋다.”라고 하며 지역에 대한 인식과 애착이 확장됐다. 사회자본에 관한 OECD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부족한 공적 신뢰 측면에서 청소년의 인식이 증가했다.

행복한 사회환경에서 지역사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서는 행정구역이라는 물리적 공간보다는 관계적 개념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학생 2명 중 1명은 항상 인사하는 주민이 있었고, 이러한 관계가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적 관계 또는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로서 서로에게 소속감을 부여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온라인 유통이 증가하면서 농산물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 농업이 공적인 신뢰 형성에 기여한다면 먹는 것에 대한 안정적 공급과 품질과 안전성일 테지만, 행복의 조건인 사회적 환경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역할 역시 농업의 새로운 기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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