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카드뮴 검출 파문 등
미국산 수입 주춤하면서
아보카도 인기 준 듯 했지만

수입금지 제외에 무관세까지
페루산이 새 왕좌 호시탐탐
‘저렴하고 친환경’ 홍보 혈안
시장 잠식 파급력에 촉각


카드뮴 검출로 인한 검역 강화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미국산 아보카도의 국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입 금지 제외 조치와 무관세를 등에 업은 ‘페루산 아보카도’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페루산 아보카도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 자칫 국내 과일업계엔 ‘여우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보카도는 기능성 식품으로 인기를 끌며 최근 들어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입과일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아보카도는 2015년 1515톤에서 2016년 2915톤, 2017년 5979톤, 2018년 1만1560톤으로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국내 주요 수입과일 품목이 됐다. 이 중심에 미국산 아보카도가 있었다. 미국산 아보카도는 2016년 1630톤, 2017년 3382톤, 2018년 7991톤으로 국내 아보카도 수입을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산 아보카도에서 일부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올 2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류 검사만으로 통관이 가능했던 미국산 아보카도 검사를 정밀 검사로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산 아보카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에 2019년 미국산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8년 7991톤보다 66%나 감소한 2716톤에 그쳤고, 전체 아보카도 2019년 수입량도 2018년 대비 3000여톤 줄어든 8243톤으로 다시 1만톤 밑으로 내려갔다. 올 들어서도 1~4월 아보카도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25%가량 줄어든 2385톤에 머물렀다. 

미국산 아보카도와 함께 국내에서 아보카도 인기가 시들해질 것으로 보였지만 올해부터 페루산 아보카도가 이 자리를 차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입금지 제외기준에 따라 올해부터 페루산 생아보카도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2013년 FTA 체결과 맞물려 페루 식물검역당국이 수입허용을 요청한 지 6년 만에 이뤄진 결과다. 또 2013년 당시 페루와의 FTA 체결로 페루산 아보카도가 무관세가 됐고, 페루는 세계 제2위 아보카도 생산국으로 아보카도 생산량도 많다. 페루 아보카도 주 생산 시기는 5~9월로 이달부터 페루산 아보카도가 첫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실제 6월이 되자 페루산 아보카도 입점 소식이 속속 들리고 있다. 수입상들이 페루산 아보카도 수입을 위해 나서고 있고, 유통업체들은 페루산 아보카도가 ‘수입금지 제외됐다’는 내용과 함께 ‘세계 2위 생산국에 고품위’, ‘무관세로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우며 페루산 아보카도 첫 출하 소식을 알리고 있다. 특히 미국산 아보카도가 카드뮴에 검출됐다는 인식 때문인지 페루산 아보카도는 고지대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대도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미국산 아보카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입업체들이 다른 나라산 아보카도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페루산 아보카도가 올해 처음 들어온다고 해도, 현재 미국산 아보카도 품위가 좋지 않기에 품위만 좋으면 충분히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선 페루산 포도의 전철을 페루산 아보카도가 밟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국내 수입량이 거의 없었던 페루산 포도는 FTA 체결 이후 무관세까지 더해져 물량이 급증, 지난해엔 8800여톤이 수입되며 국내 3대 포도 수입국까지 올라섰다.

김환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수입과일담당은 “미국산 아보카도의 카드뮴 검출로 아보카도 수입량이 감소한 상황이었는데 수입상들이 이 대체제로 페루산 아보카도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6월 중순 이후 페루산 아보카도 수입이 본격화될 것 같다”며 “무관세에 단가도 낮은 반면 과는 커 자칫 미국산보다 더 큰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어 수입량이 아예 없다가 3대 포도 수입국이 된 페루산 포도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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