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개선 여론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 지난 26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황혜숙 씨 배 과수원 모습. 가지마다 어린배가 주렁주렁 매달려 봉지 씌울 준비를 해야 할 시기지만, 봄철 냉해 피해로 열매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나무마다 몇 개씩 달린 어린배는 기형적인 모양과 껍질에 군데군데 검은 반점이 생겨 정상적인 배를 수확하기 힘들다. 김흥진 기자

올해 4월 과수 개화기에 여러 차례 급습한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해 과수 꽃눈 냉해가 속출해 결실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럼에도 농작물재해보험의 봄철 동·상해 보장이 미흡해 전국 농촌현장에서는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화기 수 차례 이상저온에
전국 농작물 피해 7314ha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
지난해 80%에서 50%로 ‘뚝’
특약 없으면 그마저도 못 받아

전북·경남 농민 등 ‘개선 촉구’
“최소한 작년 수준 원상회복을”

▲피해 현황=경남지역 4월 농작물 저온피해는 2398ha(2922농가)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4월 27일 기준) 집계됐다. 4월 5일과 6일에 1689ha(2149농가), 9일 이후에 709ha(773농가)의 저온피해를 입은 것으로 접수됐다.

새벽 기온이 무려 영하 -6℃까지 내려가기도 했기에 과수 중심꽃이 얼어 죽는 매우 치명적인 냉해가 속출했다. 작물별로 사과 1630ha, 배166ha, 단감 89ha, 떫은감 45ha, 오디 13ha, 복숭아 12ha의 피해신고가 있었다. 녹차185ha와 밀 60ha의 냉해피해도 집계됐다.

경남도내 주요 피해 작물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사과 93.9%, 배44.2%, 단감27.6%, 떫은감 31.1%, 복숭아 32.2%, 녹차 4.7%로 평균 45.8% 정도로 파악됐다.

문제는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했더라도 피해액에 비해 보상율이 매우 낮아 그다지 혜택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5월 말까지 예정됐던 피해정밀조사가 마무리수순을 밟고 있지만, 농민들은 착과수 산정방식, 보장률 축소 보험약관 개정 등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충남 사과 집산지인 예산군에서도 냉해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예산지역 과수농가에 따르면 냉해를 입은 열매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농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다수 농장에서 평균 30%정도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

농민들은 과수 냉해 피해에 대한 걱정과 함께 농작물재해보험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은 농작물재해보험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당수 농가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배곤 한농연충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은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냉해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농가가 부담 보험료에 비해 사고 발생 시 수령하는 혜택이 턱없이 부족해 유명무실할 수 있다”며“농가 의견을 반여하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농가 보험 가입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은 지난 4월 하순 기준으로 청송(563ha), 영천(443ha), 의성(439ha), 상주(420ha) 등 경북 도내 20개 시·군에서 3171ha에 걸쳐 농작물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작물별로는 과수분야에 사과 1082ha, 복숭아 602ha, 배 597ha, 살구 69ha 등의 피해가 조사됐으며, 밭작물인 감자도 392ha의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지역에서는 진안, 장수, 무주군 등 고랭지 과수인 사과·복숭아·자두·포도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냉해 피해를 입었다. 서해안지역에서는 복분자와 오디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무주지역의 경우 사과 한 품목 피해가 600여가구에서 530여ha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현장= “여기 나무 보세요. 열매가 하나도 달린 게 없죠. 그나마 듬성듬성 달려 있는 옆 나무는 기형과라 상품 가치가 없어 수확해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해요. 95% 이상 피해를 입었는데 그렇다고 제대로 된 보험금조차 받지 못해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난 5월 26일 안성시 일죽면의 한 배 과수원. 나무가지와 잎줄기가 풍성해 생육이 좋아 보이지만 이때쯤이면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할 열매는 찾아볼 수 없다. 간혹 눈에 띄는 열매는 검은 반점이 생기거나 기형적으로 힘겹게 매달려 있다.

지난 4월 6일과 25일 일죽면의 새벽 기온이 영하 7℃아래로 떨어지면서 전예재(61)·황혜숙씨(54)부부의 2만7107㎡(8200평)배 과수원이 냉해를 입은 것이다.

전씨는 “이맘때면 나무 1그루에2000여개의 열매가 맺혀 적과를 마치고 350개 가량의 튼실한 열매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완전 초토화 됐다”며 “내년 농사를 위해 수세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달려있는 열매라도 봉지를 씌워야 하지만 보험 보상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올해 2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제외한 자부담 400만원을 납부하고, 1억5000만원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올해 냉해부터는 정상적인 보상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과수 적과 전 재해보험 보상율이 올해부터 80%에서 50%로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전씨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최대 인정받을 경우 60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작물 피해율 95%에서 자기부담비율 20%를 빼야 하고, 올해부터는 보험회사가 그 중 50%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험금 6000만원도 받기 힘들 수 있다. 현재 수세관리를 위한 소독과 각종 피해작업 등으로 들어간 비용만 5000만원이 넘는데 1년 농사 소득 보장은 커녕 보험금 받아야 복구비도 안될 것 같다. 재해 대비 소득안정을 위해 보험을 가입한 것인데 농작물재해보험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씨처럼 과수 4종 적과전 재해보험(특약)에 가입한 농가는 그나마 보상을 받지만 대다수 농가들은 특약 없이 일반재해보험만 가입해 보상은 전무하다.

일죽면의 경우 18농가가 297,000㎡(약9만평)의 냉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씨와 다른 한 농가를 제외한 16농가는 ‘과수 4종 적과전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과수 4종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율이 크게 줄고 냉해를 입은 농가의 자부담율이 높아져 농가 지불 보험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보상비 때문에 가입을 안 했다는 것이다.

배 과수 냉해를 입은 안승구 일죽농협 조합장은 “기후변화로 재해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최근 몇 년 겨울 기온이 따뜻해 개화시기가 앞당겨졌다”며 “이에 과수농가들은 연례적으로 냉해를 겪고 있지만 유일한 재해 대응책인 보험은 보험사 부담은 덜고 농민 부담을 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보험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농민 불만 폭발=올 봄 이상저온에 의한 심각한 냉해 피해로 신음하는 전북, 경남 농민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북도연맹은 5월 28일 전북도청 앞에서 농업재해에 대한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도연맹은 지난 3월말부터 4월초중순까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영하에 얼음까지 얼어붙는 갑작스런 저온현상으로 과수의 꽃눈의 고사하고 착화불량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농전북도연맹은 중앙정부와 전북도는 피해 상황을 최대한 서둘러 냉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농업재해 근본대책 수립할 것 △진짜 도움 되는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바꿀 것 △자연대책법 중 농작물 피해율 기준을 30%에서 20%로 조정할 것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인 냉해 피해 보상율을 50%에서 80% 인정으로 원상복귀 시킬 것 △냉해 피해 농가에게 특별생계비 지원할 것 등 5개항을 강력 촉구했다.

전농부산경남연맹(의장 김성만)과 전여농경남연합(회장 성영애)도 같은 날 경남도청 서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통해 “농협손해보험사의 손실을 이유로 매년 발생하는 냉해피해 보험보상율을 농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했다”며 “농작물재해보험의 자부담 비율 20%를 빼면 100% 냉해를 입었을 때 40% 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만큼 최소한 작년 기준 80% 보장 수준으로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을 민간보험사가 기피하고 농협손해보험사는 경영상 적자타령만 한다면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 예산 지원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며 “이상 기후에 따른 농작물재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과 같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방종합=양민철·이장희·구자룡·조성제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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