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6월 말 ‘전액 상환’ 몰려
운영자금 열악한 탓에
원료곡 등 저가 처분 우려


수확기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지원된 벼 매입자금의 상환 기한이 6월말에 몰리면서 자칫 산지 쌀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운영자금이 열악한 RPC의 경우 상환자금 확보를 위해 원료곡과 쌀을 시세보다 저가에 처분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경제지주)는 수확기 RPC가 원료곡 매입에 적극 나서고 쌀농가들의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벼 매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농협과 민간RPC에 1조2308억원,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농협RPC)에 지원하는 1조9000억원 등 총 3조1308억원에 달한다. 특히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매입자금의 경우 지원액의 150% 이상의 물량의 벼를 농가로부터 의무 매입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벼 매입자금은 농가들의 원료곡 판로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RPC 등 산지 양곡업계들은 6월말에 집중되는 상환 기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고 있다. 우선 농식품부의 벼 매입자금은 9월 1일을 기준해 RPC에 지원되고, 대출 날짜에 관계없이 모든 RPC들이 10개월 뒤인 6월말 전액 상환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농식품부가 금융권의 일반대출을 연계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일선 RPC 대표들은 “농식품부의 벼 매입자금의 지원 기간이 12개월로 운영되던 것이 10개월로 단축돼 RPC가 가용할 수 있는 운영자금이 매우 불안해졌다”며 “안정적인 쌀 유통과 식량 공급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RPC 대표는 “지원자금을 10개월로 단축해 주곡인 쌀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동의하겠지만 오히려 RPC 운영자금 위험성을 높여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 자금 또한 절반 정도인 9000억원이 6월말 상환 기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경우 1조9000억원을 1·2차로 지원한다.  1차로 10월에 1조원을 지원하고, 2~5월까지 균등 상환하는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12월에 2차 지원되는 9000억원은 6월말 일시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2차 자금.

이로 인해 농식품부와 농협이 지원하는 벼 매입자금 3조1308억원 중에서 68%에 달하는 2조1308억원이 6월말 상환이 집중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선 농협 관계자는 “벼 매입을 전량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수확기에 매입자금을 지원하는데 2차 자금이 6개월 동안만 지원돼 사실상 지원받은 자금 상환이 이 시기에 몰린다”며 “지역농협의 RPC들이 안정적으로 원료곡을 관리하면서 쌀로 가공해 판매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가 상환기한을 8월말로 늦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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