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효자 되려고 고향에 남았는데, 빚만 지고 불효자가 된 게 현실입니다.”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경북 의성 마늘 농가가 무대에 올라 한 발언이다. 그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농산물 가격”이라며 생산비에 한 참 못 미치는 마늘 거래 가격에 울분을 토했다.

마늘 수확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농민들은 올해 농사도 다 망쳐야 할 판이다. 포전 매매 가격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고, 앞으로 형성될 가격도 불안하기만 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두 차례에 걸쳐 사전 면적 조절과 정부 수매와 같은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별다른 효과가 없는 분위기다. 오히려 농민들은 정부가 수매가를 kg당 2300원으로 정하면서 시장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한다. 당초 마늘 농가들은 정부 수매를 하되, 수매가는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수매가가 제시되면서 ‘최소 이 정도는 지지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가격이 최고가’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수매량이 한정 돼 있다 보니 수매에 참여하지 못한 대다수 농민들은 상인이 제시하는 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문제다. 도매시장에선 보통 때와 다르게 ‘대서종’이 ‘남도종’ 가격을 앞질렀다. 작년 김치 수입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김치 양념에 쓰이는 남도종이 소비처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도종 재배 농가들이 대서종으로 품종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대서종은 남도종보다 생산량이 2배 많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대서종으로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농식품부의 마늘 수급대책에 대해 많은 농가들은 ‘대책이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유통혁신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수급안정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마늘 유통량 대부분이 유통상인들에 의해 거래되다 보니 농가 거래교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농협이 있다지만 시장 장악력이 없고, 열악한 지역농협 여건 상 수매에도 소극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마늘농가들이 농협 수매분(1만5000톤)에 대해 정부가 손실액을 보전해 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산 햇마늘 출하를 앞두고 두 번이나 정부 대책이 나왔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러다 농촌에 불효자만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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