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19.5. 각 권 14,000원

이승·저승을 자유로이 오가며
죽음으로 가는 일곱 고개 통해
삶의 이치 알아가는 긴 여정


‘코로나19’가 대구지역에 창궐할 때다. 아는 분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도 못 치르고 화장한 뒤 바로 묻었다고 했다. 상주인 큰아들은 상복 대신 방호복을 입은 채 장례를 치렀다고 하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싶다.

이때 본 책이 베르나르의 소설, <죽음>이다. 1994년에 나오자마자 읽었던 그의 초기 소설 <타나토노트>와 같은 출판사에서 똑같은 양장 제본으로 나왔다. 베르베르 자신과 닮은 천부적인 이야기꾼 ‘가브리엘 웰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죽음>은 갑작스레 죽은 주인공이 자기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의문을 품고 그 사연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피해자와 수사관이 동일인물이다 보니 얼마나 수사를 열심히 하겠는가. 재미있는 설정이다.

이야기는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사망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추리물이 그렇듯이 장면 하나하나가 숨 가쁘다. 가장 먼저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매혹적인 여배우인 사브리나는 속된 말로 가브리엘이 차버렸었다. 두 번째 용의자로 쌍둥이 형인 토마가 걸려들었다. 가난한 과학자인 토마는 돈과 인기를 누리는 동생 가브리엘을 늘 질투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용의자가 나타났다. 출판인 알렉상드르와 문학평론가 장 무아지다.

역사학자 유발하라리와 외모나 천재성이 비슷한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듯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물질세계와 비 물질 세계는 물론 산 자와 죽은 자들 사이에 오가는 기이한 대화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죽음이 재밌다. 풍부한 과학 지식과 배꼽을 잡는 유머들이 책갈피마다 끼워져 있어 재미가 증폭된다.

“말도 안 돼! 난 아직 죽을 나이가 아니에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웰즈 씨. 당신은 말이죠... 일체의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 당신의 정신만 간직하게 됐어요.”(33쪽)

이렇게 분노, 부정, 수용, 체념, 슬픔, 타협, 충격 등 일곱 단계의 죽음으로 가는 고개들이 나오는데 고개마다 죽음이라기보다 생생한 삶의 재생이다. <타나토노트>가 산 채로 죽음의 세계로 넘어 가 보기 위한 시도였다면, 이 책은 이승과 저승을 자유로이 오간다는 면에서 그때의 숙원을 푼 셈이다.(258-262쪽)

추리소설가의 근성일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 뤼시가 가브리엘 웰즈에게 환생을 권하면서 죽음의 원인을 찾기보다 환생해서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주인공은 그 권유를 거절한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이치를 알아가는 긴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죽음 촉진하는 화학물질들
기후변화보다 위험할 수도

 

<슬로우데스>
릭 스미스·브루스 루리에. 임지원 옮김. 
동아일보사. 2011.10. 15,000원

흡연을 가리켜 ‘완만한 자살행위’라고 한다. 이 책 <슬로우데스>가 그 말이다.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그 주범은 화학물질이다. 앞서 소개한 책 <죽음>이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그걸 파헤치는 것이라면, <슬로우데스>는 죽음의 원인은 명확한데 정작 사람들은 그걸 모른 채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의연하게(?) 걸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죽음을 촉진하는 생활 속 화학물질들.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인 디디티는 이제 생산도 금지됐다. 그 변종으로 여전히 뿌려대는 제초제가 있다. 근본에 있어서 베트남전에서 살상용이었던 고엽제와 다르지 않다. 신경계 손상과 천식, 면역 억제, 생식기능 장애 등을 일으킨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그 위험이 많이 알려졌는데, 책의 저자는 이런 생활 화학물질들이야말로 어쩌면 기후변화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집과 일터에 널려 있는 수많은 평범한 물건들이라서 더 그렇다.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들, 어디에나 있는 화제 방지를 위한 방염제, 맛있는 참치, 살균제와 온도계에 쓰이는 액체 금속인 수은, 독성물질 불소가 듬뿍 든 콜게이트 치약, 골다공증 원흉이자 발암 물질인 트리클로산이 든 비누, 남성들의 필수품 질레트 면도기의 젤.

코로나19 때문에 어디서나 사용하는 항균 손 세정제도 트리클로산이 들어있다. 식기 세제도 그렇다. 이렇듯 이쁘고 달콤하고 향기롭고 매끈하고 내구성 좋고 싼 모든 생활용품에는 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생활 화학제품의 위험을 피하는 지혜가 함께 있다. 프라이팬과 코팅 냄비, 전기밥솥에는 2차 대전 때의 신경가스인 테플론이 있는데 무쇠나 에나멜 코팅제품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131-136쪽)


죽음 앞둔 당사자와 그 가족
존중받는 마지막 준비하는 법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한국죽음학회. 대화문화아카데미. 
2010.10. 23,000원

의혹에 싸인 죽음도 아니고 알지 못하는 자살행위도 아닌, 건강한(?) 죽음을 다룬 책이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이다. 건강하다는 말과 죽음은 서로 대립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죽음을 대하는 건강한 자세를 말하고 있다. 이른바 존엄한 죽음에 관한 책이다.

“저는 말기 질환 즉, 회생 가능성이 없는 질환 상태라고 의료진이 판단한 경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진통제, 강제 영양공급, 반복적인 혈액검사와 수혈을 받지 않겠습니다. 저의 소망대로 임종을 맞도록 해 주시고 이것이 법적 효력이 유지되길 바랍니다.”(212쪽)라고 하는 사전의료 의향서를 비롯하여 유언장이 소개되어 있다.

사전의료 의향서는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되고 218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된데 따른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 올 때의 증상, 가족의 자세, 환자에게 도움 되는 것들, 아름다운 작별인사, 장례 등 죽음을 앞둔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차분하게 존중받는 죽음이 되도록 준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물학적 죽음을 실용적·인문학적 죽음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죽음 분야의 저서를 냈으며 ‘한국죽음학회’의 권위자인 정현채, 이찬수, 최준식 등이 함께 쓴 책이다.

/농부. '소농은 혁명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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