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용 학사농장 대표

국가 세금으로 민간과 경쟁 안될 말
외식산업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 위해
농식품부가 나서 통큰 접근 해주길


1992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어릴적부터 꿈이었던 농업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로컬푸드, 직거래, 6차산업,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추진해오면서,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이 가정 소비가 줄어들고 외식 소비가 늘어나면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가 줄어들 텐데 미래농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었다. 결국 국내산·친환경 식재료 외식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사명감으로 ‘친환경·국내산 95%, 무화학, NON-GMO, 전 품목 원산지 표시’라는 원칙을 내걸고 2006년 외식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외식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다들 겪어 봤을 깊은 참담함을 이겨내고 몇 년 뒤 친환경 뷔페에 도전하고, Vision 3000(3,000개의 친환경 식당으로 30,000농부의 판로를 보장한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반응도 매우 좋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3년간의 외식사업은 2년전에 1막을 내렸다.

외식 사업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보면 식재료와 인건비를 보고 한숨이 나고, 임대료에 자괴감이 들고, 카드 수수료에 깜짝 놀라고, 순이익 칸에서는 화가 나며, 카드수수료와 순이익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았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을 위해 수수료가 없고 혜택도 많은 ‘제로페이’ 같은 공공결제앱이 보급됐지만 의외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카드수수료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출의 칸이 더 늘어났다. 바로 배달수수료다. 그것이 시장을 더 확대시켰는지 플랫폼으로 통행료만 받은 것에 불과한지는 판단하지 않겠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외식업이 힘든 상황에서 수수료 변경으로 공분을 샀고, 아울러 공공 배달앱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현재 공공 배달앱은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라는 앱을 비롯하여 2개가 출시됐고, 경기, 서울을 비롯한 다수의 지자체에서 검토 또는 진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독점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려는 행위에 대해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음식 배달앱까지 지자체마다 난립하다시피 개발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포플리즘이나 다른 목적으로 오인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본다. 2018년 공공앱 성과측정에 따르면 334억이 넘는 혈세를 투입하여 자치단체가 운영중인 372개의 공공앱 중 64%인 240개가 개선과 폐지, 폐지권고를 받았다. SNS에는 공공배달앱을 비꼬며 ‘80문장 폭망 예언서’도 등장했다.

공공앱에 대해 단순히 찬성이냐, 반대냐고만 묻는다면 나는 반대하고 싶다. 민간이 개발한 아이디어와 사업에 국가가 세금으로 민간과 경쟁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해야 한다면 독과점의 폐해가 편법적으로 극심하거나 민간이 도전하기 어렵거나 시도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할 것이다. 2013년 87만명이던 배달앱 이용자수는 2018년 2500만명으로 늘어났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훨씬 더 증가하여 소비자의 소비 정보 라인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금 배달앱들이 외식과 소비자를 연결할 때 가장 크게 우선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산 식재료와 우리 농업을 우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달앱들이 홍보하는 업체 순위 기준과 다르게 친환경·국내산·식재료나 농촌과 농부의 스토리 등의 가치를 우선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런 가치와 외식을 연결하여 자본과 농업도 더 큰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이 커질 때까지 자본들은 나서지 않을 테니 그것은 공공의 역할일 것이다.

2019년 농업 총 생산액은 50조원이 약간 넘는다. 2018년 외식 시장 규모는 약 138조원이다. 식재료 원가 비중을 20% 정도로만 추산해도 약 28조원으로 농업 총 생산액의 절반이 넘고, 국산 원료 비중이 5%만 높아져도 국내 사과나 딸기 전체 생산 규모와 비슷한 정도의 부가가치가 그대로 상승한다.

이것은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서 (80문장 예언서 참고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로페이’가 비효율일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들에겐 독점적 위치의 카드수수료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농산물 소비 비중이 큰 외식산업의 국내산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좀 더 과감하고 통 큰 접근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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