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통계청과 농업관측본부의 양파 재배면적 조사치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수급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본격적인 출하시기를 앞두고 양파와 마늘 생육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파와 마늘은 지난해 가격 폭락 사태를 겪으며, 생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품목이다. 이에 수급조절 기능을 담당할 의무자조금 출범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가격 폭락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수급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양파·마늘 수급 대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현장 생육 상황은 어떤지 긴급진단했다. 


통계청 양파 재배면적 조사
관측본부보다 3000ha 적어
자문위원에 두 개의 안 제시
판단 따라 관측 등 진행 예정 

마늘 조사치는 큰 차이 없어
‘8.4% 감소’ 토대 대책 세울 듯

#양파 마늘 수급정책

올해 양파 관측과 수급 대책은 두 개의 시나리오로 움직일까. 통계청과 농업관측기관 간 양파 재배면적 조사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엔 처음으로 두 개의 자료가 모두 검토된다. 

20일 발표한 통계청의 양파 재배면적 최종치는 그 이전에 나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재배면적 실측 조사치와 비교, 3000ha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4월 24일 자 1·3면 참조> 이에 매월 양파 관측 월보를 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통계청 조사 이외 농업관측본부가 실측 조사한 재배면적 조사치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방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측 기관 간 통계 차이가 크게 발생해도 국가 공식 통계인 통계청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측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엔 농경연 관측본부가 실측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마늘·양파와 관련해선 현재 5차 실측 조사까지 진행됐다. 또 현재 출하되고 있는 조생 물량에 대한 시장 상황이 농업관측본부 조사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농업관측본부 관계자는 “수급 대책은 농식품부와 협의를 해야 하지만, 관측과 관련해선 자문위원들에게 통계청과 우리가 조사한 두 개의 안을 다 제시할 것”이라며 “자문위원들이 어떤 게 더 합리적이고 현실에 맞는지 선택하면 그 판단에 따라서 관측을 진행하고 분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통계청 재배면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왔지만 시장 상황이 이와 달라 양쪽 재배면적 조사치를 모두 바탕에 두고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대로라면 올해 양파가 많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데 시장 상황이 그런 것 같지 않다. 현재까지는 (통계청 면적 조사가 나왔지만 이에 따른)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을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통계청 통계가 국가 통계이기에 유의하겠지만, 관측본부 재배치도 같이 놓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마늘은 양파와 달리 통계청과 농업관측본부 조사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통계청의 20일 발표 결과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8.4% 감소한 2만5376ha로 조사됐다. 농업관측본부 실측 조사 결과인 2만5090ha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 재배면적을 토대로 조만간 마늘 수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늘은 다행히 농업관측본부와 통계청 자료가 유사하게 나와서 큰 무리 없이 결과치를 따라가면 될 것 같다”며 “이에 맞춰 수확 전인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엔 대책을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파 생육 상태는 양호해 주먹보다 훨씬 큰 양파가 출하되고 있다.

굵은 양파 맞춤 소비전략 수립…남도종 마늘 처리 시급 

경남·전남 양파 생육 매우 좋고
경북은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
조생 물량 등 구 상당히 굵어
외식업체 쪽 소비 전략 필요

저장물량 출하 많은 마늘은
깐마늘 가격 낮아 우려 
남도종 격리·수출 등 고려해야 

#양파·마늘 생육·유통 상황은

양파와 마늘 생육 상황이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지난 21일 ‘마늘·양파 생육 실측 결과(5차)’를 발표했다.

이 중 마늘 생육지표 분석 결과, 경남과 충북은 전년보다 좋거나 매우 좋고, 전남과 경북, 제주는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4월 들어 일시적인 저온 및 강우가 불규칙하게 나타나면서 일부 저온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기상 여건 호조로 평년보다 양호하다는 게 농경연 관측본부 분석이다. 

양파도 생육지표 분석 결과 경남과 전남은 전년보다 좋거나 매우 좋고, 경북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양파는 제주 조생종과 전남 하우스 조생종 양파 수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으며, 수확량은 평년보다 많으나 지난해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현재 생육 중인 노지 조생종과 중생종 생육 상황은 양호하며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전년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분석은 현재 출하 되고 있는 조생 양파 시장에서도 그려지고 있다. 도매시장에선 작황 호조 속에 올해 양파 구가 상당히 굵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굵은 양파의 경우 가정 소비보다는 외식업체 수요가 필요하다는 게 시장 유통인들의 분석이다. 이에 외식업체에서 주로 소비하는 수입 양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국내산 굵은 양파를 외식업체 쪽에서 소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유승철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사는 “작황이 좋다는 것은 굵은 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파의 경우 현재 조생 물량도 구가 굵은 양파가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산 양파는 보통 가정집에서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데 굵은 양파는 가정 소비가 잘 될 수 없는 물량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유 경매사는 “이들 물량은 식자재나 외식업체 쪽으로 수요가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이쪽 소비가 주춤하고 수입산 활용도도 많다 보니 가격 반등 여지도 없는 편”이라며 “식자재·외식업체 쪽에서 소비가 이뤄질 수 있게 소비전략을 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햇물량이 나오고 있는 양파와 달리 마늘은 저장 마늘 출하가 주가 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깐마늘 가격이 나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aT KAMIS(농산물 유통정보) 기준 21일 깐마늘 가격이 1kg 상품에 3917원에 형성돼 있는 등 최근 3000원 후반대에 깐마늘 가격이 놓여있다. 1년 전 5675원, 평년 기준 6556원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 부진 속에 저장 마늘 출하가 늦어지면서 햇 물량에도 영향을 줄까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남도종 물량 소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저장량도 많았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커 저장마늘 출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대서종은 햇마늘이 나오기 전에 물량이 소진될 것 같은데, 남도종은 남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제 조만간 햇마늘이 나오는데 그 전에 남도종을 격리시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미국 등으로 수출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늦어도 7월 출범…양파 가입률 63%, 마늘은 59%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땐
생산·유통부문 자율조절 가능
작목 전환 쉬운 노지채소 최초
의무자조금 단체 탄생 의미 커

정해지지 않은 거출방식 관심  
수입 농산물 대응도 직접 할 듯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출범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으로 생산자 중심의 수급조절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노지채소로선 처음으로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이 6~7월 경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 의무자조 단체 출범 요건인 가입률 50%(재배면적 기준)를 넘어서, 21일 현재 양파는 63%, 마늘은 59%의 가입률을 나타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아림 사무관은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한 대의원 선거 절차 등이 남아 있다”며 “5월 중 대의원 선거를 하고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 중에는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은 농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양파와 마늘 가격 폭락 사태를 겪으며, 생산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의무자조금 단체 구성을 통해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이뤄내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농수산자조금법 개정으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해당 품목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는 경우 생산과 유통 부문에서 자율조절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간 자조금을 통한 수급조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노지채소로는 처음으로 의무자조금 단체가 탄생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노지채소는 다른 품목과 달리 작목 전환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의무자조금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여러 어려운 과정을 거쳐 출범하는 만큼 정부와 생산자단체, 농협 등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최근 의무자조금 출범을 앞두고 낸 보도자료에서 “양파 마늘 자조금은 지금까지 진행된 자조금 사업과는 출발부터 다르다”면서 “2019년 양파 마늘 가격 폭락이라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양파·마늘산업 보호라는 큰 대의명분 아래 생산자, 농협, 정부 3자가 모여 법적인 힘을 가진 강력한 생산자단체를 만들 것에 합의하고 출발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농가 전체가 동의하는 마늘 양파 의무자조금이 되기 위해 처음 출발할 때 합의한 부분이 이행되길 바란다”며 논의 초기 생산자협회가 제안한 내용을 제시했다.

그것은 의무자조금 단체가 농협 계약재배, 정가 수의매매 방식, 지역 푸드플랜과의 연계 등을 통해 가격안정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생산자 단체가 정부 수급정책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되 정부의 가격안정 관련 정책을 의무자조금 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입 농산물에 대한 대응도 의무자조금 단체가 해야 한다는 입장. 

이태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의무자조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도 있었지만, 생산자들이 마늘 산업 보호라는 큰 뜻에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무자조금 출범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의무자조금 출범을 앞두고 가장 관심이 가는 거출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한 거출방식으로는 재배면적당 또는 포장망당 거출금을 내거나 농협 또는 도매시장을 통해 거출금을 걷는 방법 등이 있다. 

현재 사과자조금은 재배면적당(3.3㎡당 20원), 배자조금은 봉지당(2원), 감귤자조금은 출하금액당(0.25%) 거출금을 걷고 있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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