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난해 작황 좋지 못한 틈타
도매법인 수입상 회유
국산 대체 시도 의혹 ‘들썩’
해당 법인 “되레 수입 말려” 항변

조생양파 가격 지지 최우선
중국산 햇양파가 더 걱정
정부 관리 강화 목소리 고조


조생 양파가 본격 출하되는 가운데 ‘수입 양파’에 대한 산지와 시장의 우려 목소리가 크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농 등은 지난 7일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최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수입 양파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작황이 좋지 못해 저장 양파 감모율이 높아 올 들어 시장 반입량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가락시장에서 양파 취급량이 많은 동화청과와 한국청과가 수입상을 회유해 수입 양파로 이를 대체하려 했다는 게 생산자단체 주장이다.

이날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2월 말 양파 감모율이 높아 반입량은 줄고 시세는 오르자 법인 몇몇 경매사들이 수입업자에게 가락시장으로 물량을 보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근 몇 해 동안 양파 가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올해엔 재배면적이 많이 줄어 그래도 시세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수입 양파로 그 기대감이 무너질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남 회장은 “올해에도 수입 양파 등으로 양파 가격이 지지되지 못하면 최근 몇 년간의 영향까지 더해져 국내 양파산업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해당 도매시장법인은 수입 양파는 현재 도매법인들도 골칫거리로 오히려 시장에 출하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유승철 동화청과 경매사는 “오히려 수입을 말리는 상황이다. 문제가 불거진 2월 말 국내산 저장 상황을 살펴보니 전라도권 저장양파는 소진이 많이 됐는데 경상권은 많이 남아 수입업체에서 문의가 왔을 때 가격이 급락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다만 농안법상 수탁 거부를 할 수 없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사도 “수입업체에 조생이랑 맞물려 가면 조생 시세에 악영향을 줄뿐더러 당신들도 피해를 보니 햇양파 출하와 맞물리면 안 된다고 했다”며 “우리도 가뜩이나 매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수입 양파 취급량도 미미(2020년 1분기 전체 취급 양파 중 금액 대비 수입 양파 비율 1.34%)해 수입 양파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여기엔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수확기 양파 가격이 바닥세를 형성했기에 재배면적이 감소한 올해엔 이를 반등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 이와 함께 시장에선 앞으로 들어올 수입 햇양파가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산 햇양파가 물량이 많고 가격도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

김영권 경매사는 “현재 들어온 수입 양파는 양이 많지 않고 조만간 종료될 것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 들어올 중국산 햇양파”라며 “현재 중국산 햇양파 가격이 내려갔고, 세관 신고 가격도 낮아져 있어 이 물량이 대거 국내 시장에 들어와 국내산 가격을 떨어뜨릴까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시장)의 목소리로는 한계가 있으니 생산자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전달해 수입 양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산지와 시장 관계자들의 만남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도 나왔다. 생산자단체에서 수입 양파에 대한 주별이나 월별 등 기간을 정해 수입산 반입량을 조율하는 ‘총량제’ 검토를 도매시장법인에 요구했고, 법인에서도 함께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

이와 관련 황정석 동화청과 상무는 “국내 농산물 판매도 어려운 데 수입까지 들어와 가격 지지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우리도 우려가 크고, 이와 관련해 수입 양파 품위가 좋지 않은 건 회송 조치하며 수입업자들에게 자제해달라는 의견도 냈다”며 “이번에 건의한 수입 양파 반입물량 총량제는 지속적으로 계획을 짜고 산지와 상의해 나가겠다. 국내 양파 가격이 지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상국 한국청과 상무는 “한국청과는 양파 취급량이 많고, 양파 가격이 살아야 한국청과도 산다. 이에 지난해 가격이 안 좋았을 때 손실 보전을 적극적으로 해주려 했고, 합천 쪽과 수출도 협력해서 진행했다”며 “이번에 생산자단체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같이 살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4월 관측 월보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17.7%, 12.1% 줄어든 1만7930ha로 추정됐다. 이에 산지에선 올해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약세’라는 고리를 끊길 기대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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