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수입 김치도 HACCP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국내 김치업계는 국내산 원부재료 사용 등 국산 김치의 맛과 품질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가' 무기 시장잠식 어려울 듯
외식업계 국산 사용 유인 높아져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도 기대

국내산 원부재료 사용 등
국산 김치 맛·품질 차별화 힘써야


수입 김치의 HACCP 의무화로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산 김치에 잠식당했던 내수 시장을 국산 김치가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수입 김치도 자본투자를 바탕으로 안전 수준이 국산 김치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국내 김치업계는 수입 김치와는 별개로 국산 김치의 맛과 품질에 차별화를 두고, 가격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김치 수입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수입량은 역대 최대인 30만6050톤. 수입 김치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갔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수입 김치의 위생 문제로 수입 김치의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김치 제조업소 현지실사에서 3곳 중 1곳이 부적격으로 적발돼 무더기로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지난 6일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수입 김치의 HACCP 의무화를 도입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식약처는 수입 김치 HACCP 의무화를 내년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2024년부턴 전면 의무화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김치업계는 향후 수입 김치의 생산비가 증가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백상욱 선농식품 경영관리본부장은 “수입 김치도 HACCP 의무기준을 적용한다면 김치를 생산하는 비용이 올라 수입 김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외식업계에서 국산 김치를 사용할 유인이 높아져 국내 김치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전문가들도 수입 김치의 위생관리 강화는 국내 김치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입 김치의 HACCP 의무화는 지금보다 더 빨리 시행했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수입 김치가 국산 김치와 동일한 조건에서 생산·유통돼서 다행이다”며 “국내 김치업체들은 비싼 원·부재료를 사용하면서 HACCP 시설도 갖춰야 했기에 비용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식품의 안전관리 강화 조치는 국내 농산물도 지키고 국내 김치산업을 보호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면서 “매년 실시하는 수입 김치 제조공장의 현지실사 역시 자칫 형식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기에, 생산단계부터 관리하는 수입 김치 HACCP 의무화는 한층 더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입 김치와는 별개로 국산 김치업계도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국내산 원·부재료를 사용하는 등 맛과 품질의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상우 풀무원기술원 센터장은 “수입 김치 HACCP 의무화는 국산 김치와 공정한 조건을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지만, 점차 수입 김치도 HACCP 설비를 갖추게 되면 오히려 수입 김치도 안전한 김치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위생안전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식문화인 김치에 문화를 덧입히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품질을 고급화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 8월부터 시행하는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국산 김치를 차별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안정된 원·부재료 공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는 저온저장창고 구축이 가장 중요한데, 국내 대부분의 김치업체들은 이처럼 대규모의 저온저장창고를 갖추기가 쉽지 않아 매년 8~9월에 원재료 조달의 어려움을 겪는다”며 “강원도와 해남 지역의 배추를 저장할 수 있는 저온저장창고를 마련해 국내 김치업체들이 안정된 가격으로 배추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을 체계화하는 것이 국내 김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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