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작년 수확기 이후 하락세 지속 
이달 16일부터 정부 양곡창고 이관
오는 6월까지 쌀값지지 못하면
올 수확기 조곡시세 불투명 전망


지난해 수확기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산지쌀값이 이달 들어 또다시 떨어졌다. 양곡유통 현장에서는 오는 6월까지 쌀값을 지지하지 못하면 올 수확기 조곡가격을 확신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수확기 RPC를 통해 매입한 2019년산 공공비축 산물벼 8만톤을 전량 정부 양곡창고로 이관키로 확정해 산지쌀값이 반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원습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공공비축 산물벼 정부 이관 시기를 검토해 왔는데 3월 들어 산지쌀값이 떨어져 정부 이관을 조속히 확정했다”며 “쌀값 추이를 고려해 공공비축 산물벼 8만톤 모두 격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전국 RPC에 보관돼 있는 공공비축 산물벼에 대한 품질 등의 검사를 거쳐 16일부터 이관될 예정이다.

최근 공공비축 산물벼에 대한 시장격리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유통업계가 산지RPC로부터 쌀 구매를 최저가 경쟁 입찰로 진행하며 쌀값 하락을 예고했고, 일부 민간RPC와 농협RPC가 저가 출하에 나서며 실제 산지쌀값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쌀 소비도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전국 농협의 쌀 판매량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동안 정곡 기준 42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46만7000톤보다 1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지난해 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조곡 매입량이 다소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쌀 소비 자체가 위축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민간RPC 등 양곡유통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산지쌀값을 결정하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3월 들어서도 산지쌀값 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5일자 전국 평균 산지쌀값은 20kg 한 포대에 4만7389원으로 조사됐다. 80kg 한 가마로 하면 18만9556원으로 이미 수확기 평균 가격 이하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가정집의 쌀 구매가 늘었다고 하지만 쌀값을 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상반기 쌀값이 가을철 수확기 조곡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3~5월이 산지쌀값의 최대 고비로 분석되는 데 앞으로 산지쌀값을 회복시킬 호재보다는 악재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창립 관련 특판행사가 이 시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단체급식, 외식업체 등 식자재 수요가 나오더라도 산지의 양곡업체들이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덤핑’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장의 한 양곡업체 관계자는 “식자재에 주로 납품했던 RPC들의 사정이 더욱 안 좋다”며 “식자재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판매경쟁에 따른 납품가격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