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역축제에선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 부스가 마련돼 시음 홍보 및 판매가 이뤄지곤 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에 개최한 서천 동백꽃·주꾸미축제 부스 모습.

시음 홍보·판매 기회 잃어
양조장 생산량 줄였지만
재고 쌓이고 유통기한 지나
손해 막심 ‘발동동’
“원재료 구매자금도 부족”

기관행사도 취소되면서
주문제품 대량 반품
양조장 관광객도 못받아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면서 지역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자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주류와 달리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는 생산량이 적고 대부분이 영세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기가 어려운 실정으로, 지역축제 및 지역관광과 연계해 전통주 시음 홍보와 판매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3월은 지역마다 봄꽃 축제, 먹거리축제, 각종 체험행사 등 다양한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지역 봄 축제들이 취소되자,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업계는 술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곳곳엔 재고가 쌓여 생산을 중단한 곳은 물론, 이미 주문했던 전통주가 대량으로 반품되는 사태도 나타고 있어 지역 축제의 취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명인 19호 우희열 명인이 만드는 한산소곡주의 경우 양조장이 위치한 충남 서천군이 코로나19 여파로 서천 동백꽃·주꾸미 축제를 잠정 연기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축제는 지난해만 36만여 명이 방문한 충남의 대표 봄 축제로 축제가 연기되면서 한산소곡주 판매에도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최문희 한산소곡주 총무과장은 “원래 지금쯤이면 서천 동백꽃·주꾸미 축제에서 한산소곡주 홍보도 하고 시음 준비도 하는 등 축제로 한창 바쁠 시기이지만,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심지어 서천 외에 다른 충청도 축제들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돼 납품할 곳을 찾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축제뿐 아니라 기관 행사들도 취소되면서 사전에 주문했던 전통주가 대량으로 반품되고 있다는 것. 최문희 총무과장은 “코로나로 충남지역의 연구원이나 생태원 등 기관 행사들도 전부 취소돼 납품했던 술들이 전부 반품됐다”며 “외식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도매점으로 출고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양조장에선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양조장을 찾아오는 관광객마저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문경에서 과실주를 생산하는 문성훈 오미나라 부사장은 “3월이면 문경으로 트레킹을 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이곳 와이너리에 들러 지역특산주를 사가거나 술 빚기 체험 등을 하러 온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3~4월까지 예정됐던 모든 축제 및 교육, 국내·외 박람회 일정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박람회 같은 경우 6~7월까지 연기됐다”며 “현재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 단계이다 보니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양조장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마저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서울이나 수도권 업소로 나가는 매출도 지난달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어 재고가 쌓이고 있다. 현재 양조장에선 생산량을 50%까지 줄이고 청소 등 정리 활동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주인 탁·약주의 경우 유통기한이 약 7일에서 2주정도로 짧은 편이다. 또 한 번에 많은 술을 빚을 수도 없기 때문에 지역양조장에선 미리 출고 시점을 예상하고 봄 축제시기에 맞춰 술을 제조한다. 만약 이미 완성된 술의 판로가 갑자기 막힌다면 영세한 지역양조장에선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전북 순창에서 탁·약주를 생산하는 임숙주 지란지교 대표는 “지역축제에서 전통주 시음 행사나 홍보를 하면 현장에서 바로 구매를 하진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시기를 보통 겨울부터 준비를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역축제가 취소되면서 전통주를 홍보할 기회 자체가 없어지게 됐다”며 “재고가 쌓이면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손해가 막심하게 될게 뻔하다. 운영자금이 부족해 원재료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고도 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전통주전문점도 코로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는 “오픈 2년 만에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특히 명동 등 관광객들이나 기업 수요가 많은 광역 상권의 경우 주말 예약이 평소 20~30건에서 한 건으로 확 줄었다. 정부에서도 재택근무를 권유하거나 외부활동을 자제시키고 있기 때문에 단체모임이나 회식 등은 전부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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