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여성농업인 출산급여’ 지급 등
6개월간 몇 가지 정책 현실화

“성별 고려하지 않은 기존의 사업
타 부서 협의 통해 개선 급선무
현장 여성농 정책체감도 높일 것”

농기구 임대 늘려 농작업 경감
맞춤형 건강검진 등 임기 내 추진


“비록 2년이라는 짧은 임기이지만 농촌여성정책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여성농업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농업·농촌에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농촌여성정책팀장을 맡아 여성농업인의 권익 향상과 권리 증진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새롭게 신설된 농촌여성정책팀의 첫 책임자이고, 기존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가 관리직으로 근무를 하면 여성농업인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오미란 팀장은 6개월을 보낸 소감을 ‘복잡’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임용 이전에는 젠더·공동체의 대표직을 맡아 정부에 여성농업인 관련 수많은 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직접 내부에 들어와 그동안 제안했던 정책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오미란 팀장의 설명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디테일이었다. 한 가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장에 대한 근거, 관련 법안, 예산 등의 세부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하나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미란 팀장은 지난해 젊은 여성농업인들이 마음 놓고 농촌에서 생활하고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정책을 현실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성농업인 출산급여’이다. 기존에 여성농업인들이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출산 전후휴가 급여를 지원받지 못했는데 고용노동부와 협업을 통해 여성농업인들도 출산 시 총 1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해 공무원교육 과정에 여성농업인 관련 교육을 추가하고, 농협 임원이나 대의원, 강소농 교육 과정에 성평등교육 과정을 신설하는데 앞장섰다. 또 여성농업인들이 관련 정책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바뀐 점이 무엇인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2020 여성농업인 정책 자료집 모아모아 한눈에’를 제작·배포해 현장의 여성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관련 오미란 팀장은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보다 기존의 사업 중에 성별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을 타 부서와 협의를 통해 개선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농촌여성정책팀의 사업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협의와 협업을 통해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의 정책체감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미란 팀장은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실행하고 싶은 것으로 △성평등 교육체계 구축 △여성농업인 농작업 경감 및 건강검진 실시 △여성농업인 코디네이터 육성 등을 꼽았다. 그가 성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농촌 내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 없이 정책만 시행되면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없고, 지속성도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농촌 내 성평등 교육을 시스템화 하겠다는 것이다. 또 노동강도가 높은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농기계 관련 부서와 협업해 노동을 경감할 수 있는 도구의 임대를 늘리고, 여성농업인들에게 맞춤형 건강검진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여성농업인 코디네이터의 경우 기존 여성농업인과 농업·농촌에 신규 진입하는 젊은 여성농업인들의 중간 역할인 코디네이터를 육성해 융화시키고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오미란 팀장은 “남은 임기 동안 보다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성농업인단체에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제안을 하고 협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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