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25년여간 장미를 재배해 온 문규선 회장이 비수기 때만도 못한 시세에 무거운 마음으로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졸업·입학식 등 행사 취소로
2월 들어서 꽃값 바닥세

고양서 장미 농사 문규선 씨
“대목 1단 가격 6000원 내외인데
비수기보다 못한 1300원 받아
두 번 유찰 땐 파쇄비용도 부담”

TV선 수출·관광 위축 등만 강조
꽃 등 농가 얘긴 전혀 없어 ‘분통’


“장미 농가는 졸업식 대목에 1년 농사 비용을 다 충당해야 하는데 오히려 1년 중 최악의 달이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꽃은 공산품과 달리 경매에서 두 번 유찰되면 파쇄 비용까지 부담해 1원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됩니다.”

졸업식이 절정을 이루는 2월 초, 방송에선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소식과 함께 한쪽에선 이에 대한 여파로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나 축소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소식은 그대로 화훼 농가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구성동 장미단지에서 만난 고양·파주 장미작목회 문규선 회장은 장미 재배 경력이 25년가량 되는 베테랑 장미 농가다. 화훼 유통인들에 따르면 문 회장의 장미는 유찰률이 평균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등 고품질을 자랑한다. 그런 문 회장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공판장에 보낸 두 박스(50단) 중 3일 경매 결과 1개는 유찰, 1개는 바닥세가 매겨졌다.

문 회장은 “설 전에는 그래도 버티던 꽃값이 설 이후 코로나 소식이 대대적으로 전해지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월 들어선 바닥세가 나오고 있다”며 “보통 비수기 장미 가격이 1단에 4000원 내외, 졸업식 대목엔 6000원 내외가 나오는데 졸업 대목에 1300원의 가격을 받았다. 장미 한 송이에 130원 한다는 것으로 원가는커녕 출하하면 밑지는 꼴”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그는 “장미 농가의 2~3월은 배 농가의 추석·설, 수박 농가의 여름과 같다. 1년 농사 빚진 걸 졸업·입학 대목에 다 갚고, 다음 작기도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수기보다도 못 미치는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3일 문 회장의 스케줄은 오전엔 전날 밤에 이뤄진 경매 결과 확인과 수확, 오후엔 방제 작업이었다. 오전 ‘출하하는 게 오히려 밑질 수 있다’는 최악의 경매 성적을 받아 든 문 회장은 그럼에도 오후 방제 작업에 들어갔다.

문 회장은 “전기세만 지난달 500만원이 나오는 등 겨울철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2월 졸업 대목에 시세가 받쳐줄 것이란 기대로 버텼는데 이제는 어떻게 이번 겨울, 이번 해를 보내야 할지 모를 만큼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며 “마음 같아선 아무 것도 안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꽃은 피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히며 방제통을 들었다.

그런 문 회장을 비롯해 화훼 농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여러 무관심이다.

문 회장은 “요즘 화훼 농가들은 모여도 서로 눈치만 보지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감정만 상하고 나아질 게 없기 때문”이라며 “요즘 TV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동차공장이 멈춰서고, 면세점이 위축된다고 하는데 정작 그들보다 훨씬 힘들었고, 또 지금도 힘에 겨운 우리 꽃을 비롯한 농가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다. 정부 고위직들도 명동이나 면세점만을 찾고 있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문 회장이 참담한 경매 결과를 받아들인 지난 3일 오전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재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고, 오후엔 관련 현장을 방문했다. 오전 회의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수출, 음식·숙박업, 관광, 운수·물류,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다양한 업종·분야에 대해 현장실태를 면밀히 점검 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원방안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의엔 농림축산식품부도 참석했지만, 담당과는 식품산업을 담당하는 식품산업정책과로 정해졌다. 이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장 방문은 명동 소재 신발, 화장품, 패션잡화 업체였으며 관련 간담회도 이들 업체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