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공정규격 설정대상 등에
‘무상 유통·공급 비료’ 추가
수입제한범위 모든 비료로
생산업자 휴업신고제 추가

비료의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비료의 공정규격 설정대상과 비료수입업 신고범위에 ‘무상으로 유통·공급하는 비료’이 추가되고, 위해성 비료 수입 제한 범위도 ‘모든 비료’로 확대된다. 또, 비료생산업자 등의 휴업신고제도가 신설되며, 비료공정규격심의회 역할은 전문가 의견수렴으로 대신한다. 올해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비료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번 비료관리법 개정안은 농업환경을 보호하고 농가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비료의 관리·감독을 강화한 이유다. 우선 현행 비료를 판매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비료의 공경규격 설정대상과 비료수입업 신고범위에 무상으로 유통·공급하는 비료를 추가한다. 그간 무상으로 유통·공급되는 부정·불량 비료가 농지에 투입되는 사례가 많았고, 국제협약 ‘런던의정서’에 따라 폐기물 등의 해양배출이 금지, 국내산과 수입산 부정·불량비료가 농지에 뿌려질 우려가 높은 만큼 무상 유통·공급 비료에도 최소한의 기준인 공정규격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비료수입업 신고범위도 ‘비료를 수입해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유통·공급하는 비료’로 넓혔다.

위해성이 우려되는 모든 비료와 그 원료의 수입도 제한된다. 현재는 ‘중금속이 함유돼 있거나 병해충이 유입돼 토양환경 및 식물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유기질비료와 부산물비료, 그 원료에 관해 수입을 제한하고 검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위해성이 의심되는 보통비료인 수입비료의 수입을 막거나 조사할 근거가 미약하다.

비료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검토보고서는 “위해성이 있는 수입비료가 사전 통제없이 농지에 투입되거나 국내 원료와 혼합되는 경우 해당 비료의 추적조사, 회수조치 등 사후관리가 어렵고 위해성 있는 비료는 토양에 농축돼 계속해서 농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료생산업자와 비료수입업자의 휴업 신고제도를 신설한 것도 농업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들이 6개월 이상 휴업할 경우 미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장기간 방치하게 된 비료생산시설이나 비료창고 등이 수질오염 등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규정이다.

비료의 검사와 품질관리 권한을 농촌진흥청 및 소속기관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눈에 띈다. 여기서 소속기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현행법에 따르면 비료의 검사와 품질관리는 지자체와 농진청이 수행하고 있지만, 그간 지자체는 전문성이 약하고, 농진청은 담당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업무 수행능력에 한계가 제기돼 왔다. 따라서 전국 시군단위 109개소의 농관원을 통해 비료의 체계적인 검사와 품질관리를 추진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되는데, 이는 비료업계 안에서도 ‘과잉 품질관리’와 ‘품질관리 효율성’이란 이견이 있는 사안이어서 향후 법 시행 과정이 주목된다.

비료공정규격심의회가 전문가 자문으로 대체된다. 비료공정규격 업무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비료공정규격심의회는 농진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비료 공정규격의 설정·변경 또는 폐지 등을 심의한다. 문제는 비료공정규격심의회 운영실적이 연평균 1회에 불과, 형식적인 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과 예산을 낭비하는 심의회란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검토보고서는 “비료공정규격심의회가 폐지되면 농진청 훈령인 ‘농자재 관리업무에 관한 규정’에 비료관련 위원회를 추가적으로 반영해 운영할 예정이어서 비료공정규격에 대한 전문성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고 제시했다. 행정안전부의 ‘2015년 행정기관위원회 정비계획’ 가운데 농진청의 ‘비료공정규격심의회’를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 등과 연계·통합토록 권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써 비료공정규격심의회를 폐지하고, 비료공정규격 설정 등의 업무는 전문가 의견수렴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비료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에 이송, 1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비료는 작물 생육에 필요한 농자재임에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확대 해석돼 비료를 살포하는 것 자체가 문제시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이 같은 오해를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비료업계도 안전한 비료의 적정시비로 농업환경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료공정규격심의회를 없애고 관계전문가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는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있었다”며 “그동안 비료공정규격심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자문단이 이 심의회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비종별 전문가 설정 등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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