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의원, 관련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과 꿀벌살리기그린캠페인네트워크가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베트남산 꿀이 높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워 2~3년 안에 국내 양봉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국내 양봉산업 보호를 위해 벌꿀 수급안정사업 도입과 양봉산물 등급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꿀벌살리기그린캠페인네트워크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이 주장했다.

2017년 생산량 1만8755톤
세계 21위 불과하지만
한국산 가격의 ‘1/6~1/4’ 수준
관세 243% 붙어도 위협적
2029년부턴 관세 마저 없어져

‘화분매개’ 가치도 큰 꿀벌 
양봉산업 존속 대책 마련 시급
벌꿀 수급자금 편성·운영하고
양봉산물까지 등급제 확대 등
품질 차별화로 신뢰 높여야

▲베트남산 꿀, 왜 위협적인가=베트남의 천연꿀 생산량은 1만8755톤(2017년)으로 세계 21위다. 천연꿀 최대 생산국, 중국(55만1476톤)의 3.4%에 불과한 수치다.

하지만 2017년을 기준으로 총 생산량의 63%(1만1853톤)를 수출할 만큼 베트남은 수출지향적인 국가다. 베트남의 주요 천연꿀 수출국은 미국. 2017년 기준 전체 수출액 6332만 달러 중 5624만 달러어치의 꿀을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의 천연꿀 수입국 중 네 번째를 차지할 만큼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베트남산 꿀의 비중은 적지 않다.

문제는 베트남의 꿀 수출업체들이 미국에서 한국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2014년 체결된 한국과 베트남 간의 FTA. 양국은 FTA 체결을 통해 2014년부터 15단계에 걸쳐 천연꿀에 대한 관세를 매년 균등하게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관세할당물량(TRQ)은 없다. 이에 따라 FTA 체결 전 관세가 243%였던 베트남산 천연꿀은 오는 2029년 1월 1일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9년 후에 무관세 적용되지만 베트남산 천연꿀의 평균 수입단가가 한국산 천연꿀 가격의 1/6~1/4에 불과해 관세가 부과돼도 한국산 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꿀 시장은 생산량 2만6538톤 중 수출비중이 1.3%(366톤)에 그칠 만큼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베트남산 천연꿀의 수입량이 증가할 경우 국내 양봉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베트남산 꿀의 가격은 2000~2500원으로 1만~1만2500원 수준인 국내산 보다 아주 저렴하다”며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29년부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향후 2~3년 후 관세를 물어도 한국산 보다 가격이 저렴한 베트남산 꿀이 국내 양봉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소영 국제원산지정보원 FTA활용연구팀장은 “베트남은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네 번째 천연꿀 수출국”이라며 “이런 통계를 볼 때 베트남산 꿀은 제품화 능력과 인증, 품질관리 등에서 이미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또 천연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국제원산지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천연꿀 생산량은 2014년 1만4218톤, 2015년 1만5478톤, 2016년 1만6530톤, 2017년 1만8755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이 수출지향적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물량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천연꿀 수입액(약 1000만 달러) 중 베트남산 천연꿀 수입액은 5만7000달러에 불과하지만 한·베트남 FTA 체결에 따른 지속적인 관세 인하 및 철폐, 베트남의 꿀 생산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산 천연꿀의 수입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안소영 팀장은 “베트남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한국 대비 1/2 정도로 낮은 가격의 천연꿀 시장이 형성됐다”며 “베트남의 입장에서 보면 한·베트남 FTA에 따라 수입 관세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거나 철폐될 경우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을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국내 양봉산업 보호대책 마련 시급=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63%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을 만큼 꿀벌은 식물의 수분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꿀벌이 꿀과 같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식물에 있는 꽃가루를 자연스럽게 몸에 묻히고, 이를 다른 식물로 옮겨 열매나 종자의 결실을 돕는 것이다. 꿀벌이 꿀 생산 보다 화분매개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양봉업계는 향후 베트남산 꿀의 수입량이 늘어나 국내 양봉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양봉산업의 가치를 존속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양봉농협은 이날 토론회에서 축산발전기금 축산물수급안정사업에 벌꿀 수급안정사업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벌꿀 드럼 보관시설 운용, 양봉산물 수급조절위원회 도입, 양봉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연구사업 실행 등을 주문했다.

김용래 조합장은 “꿀벌의 질병관리를 잘 해도 기후나 꽃의 개화 상태에 따라 벌꿀 수확의 편차가 심할 만큼 벌꿀 생산량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며 “벌꿀 생산량에 따른 가격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벌꿀 수급자금의 편성·운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양봉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등급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벌꿀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등급제를 양봉산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김용래 조합장은 “베트남과 중국의 천연꿀에 대처하려면 품질 고급화가 필수”라며 “꿀을 단기간에 생산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고급화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소영 팀장도 “국산 벌꿀의 품질 차별화와 고급화 등을 통한 수출시장 확대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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