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저물어가는 2019년을 보내며 찾아간 충남 금산군 추부면의 깻잎재배단지. 어둠이 내리자 곳곳의 깻잎하우스들이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듯 환하게 불을 밝혔다. 황금돼지해였던 올해도 농어민들의 시름은 여전히 깊었고, 해결되지 못한 산적한 농정 현안들은 새해로 미뤄지게 됐다. 어둠을 밝히는 저 불빛처럼 새해에는 농어촌 구석구석에 희망의 빛이 전달되기를 소망해본다. 김흥진 기자

문재인 정부 농정개혁 더디고
올 한해 농민시름은 더 깊어져…

“새로운 농어업시대 열겠다”
대통령 발언에 다시 거는 기대
‘농업홀대·농업패싱’이라는 말
새해엔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연초 월동 무에서 시작된 농산물값 폭락사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농민들을 괴롭혔습니다. 봄부터 대파, 양파, 마늘, 건고추까지 대부분의 채소값이 바닥을 쳤고, 여름 제철과일인 복숭아, 자두에 이어 추석 무렵 사과값도 무너졌습니다. 링링, 타파, 미탁 등 연이어 닥친 태풍과 가을장마는 농가에 이중고를 안겼습니다. 최근엔 감귤값마저 폭락,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축산농가도 살얼음판을 걸었습니다.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연천·김포·강화 등지에서 사육하던 돼지 40만 마리가 살처분 됐습니다. 다행히 10월 9일을 마지막으로 사육돼지에서의 발병은 중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올 한해도 농민들의 시름이 깊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농정 개혁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농업계 인사들의 단식 농성 끝에 지난 4월25일 뒤늦게 출범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자체적으로 80여회가 넘는 회의와 전국 순회 타운홀미팅 등을 개최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변화를 느끼기엔 아직 갈 길이 먼 모습입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농정 틀 전환의 핵심과제인 ‘공익형 직불제’는 이제 겨우 내년 예산(2조4000억원) 규모만 확정된 상태입니다. 지급대상, 지급단가, 상호준수의무 등 세부적 내용은 여전히 ‘깜깜이’인 데다 변동직불금 폐지를 둘러싼 농업계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5일 “미래 WTO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농민들을 또 한 번 분노케 했습니다. 이미 정부 내에서는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정해놓고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변변한 농업계 의견 수렴절차도 없었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주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열린 농특위의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오늘 우리가 이룩한 눈부신 산업의 발전은 농어촌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 과정에서 농어촌은 피폐해지고 도시와의 격차는 커져 왔다”면서 “이제 그 반성 위에서 농어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농어업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농어촌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비상한 각오로 농어촌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정부의 농어업정책은 농어민의 정직한 땀과 숭고한 삶에 대답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700여 농어민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한 발언인 만큼 그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2019년을 보내며, 새해에는  ‘농업홀대’ ‘농업패싱’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속가능한 농정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혁신과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농정의 틀을 과감히 전환”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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