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항체양성률 미흡 농가
정부 처벌강화 움직임 속

“예방접종 이행 여부 확인근거
‘접종명령 위반 단정’ 못해”
법원이 농가 손 들어줘 주목


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항체양성률이 기준치 이하여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양돈 농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정부가 구제역 항체양성률 미흡 농가에 대해 일정 기간 사육을 제한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판결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혈청검사 돼지 항체양성률 미달’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총 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통지를 받은 한 양돈 농가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과태료 부과 과정에서 구제역 항체양성률 확인검사는 없었으며, 해당 지자체는 ‘비육돈 16마리에 대한 항체양성률 검사에서 기준치(30%) 미달 시 별도의 확인검사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상급 기관의 업무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과태료 부과 농가의 이의제기에 대해 법원이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는 잘못됐다’며 농가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이다. ‘지자체는 관련법에 의거해 가축 소유자에게 가축에 대한 주사 명령을 할 수 있으나, 항체양성률을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해야 하는 것은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러한 명령이 있더라도 그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은 이어 ‘항체양성률 검사 결과는 가축 소유자의 주사 등의 명령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을 뿐’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지자체가 구제역 예방접종을 명령하는 고시를 한 뒤 ‘접종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아니라 항체양성률 기준치 미달을 위반행위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라는 판시도 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구제역 백신 종류와 검사키트 종류별로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부분도 지적했다. 법원은 ‘지자체에서 사용한 키트는 한 종류로, 다른 키트를 사용했을 경우 항체양성률이 기준치 이상을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자체의 일회적인 음성 결과만으로 농가가 접종 명령을 위반했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예방접종기록부 등의 자료에 의하면 농가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지자체가 농가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항체양성률이 기준치 이하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판례를 남겼다.

이번 결과에 대해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항체양성률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농가에 과도한 처벌을 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협회도 선량한 농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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