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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리 농업을 돌아보며···

[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장

농업계도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
본질 벗어난 다양함 유지 위해
에너지 낭비하는 모습 안타까워


매년 그랬지만 올해도 유난히 나라가 혼란스럽다. 무엇, 무엇 때문인지의 키워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혼란스럽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 2019년은 농업도 유난히 힘든 것 같다. 잦은 태풍,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 폭락, 가축전염병, 농민수당, 직불금, 개도국지위 포기 등 돌아보니 힘겨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각종 토론회에서는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에 대한 뜨거운 논쟁도 한창이다. 젊다기보다 어린나이에 가까웠던 김대중 정권 때 농특위에 참여하면서 처음 들었던 농정의 패러다임 논쟁은 수많은 연구기관, 학자, 공무원, 단체장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었음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슈인 공익형직불제를 먼저 시행한 EU의 농업 강국에서 농업인들의 대규모 시위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EU 농업정책의 설계자는 EU 농정계획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정개혁 설계 단계부터 명확한 목표 설정과 농민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논란 속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어쨌든 시작됐고, 로컬푸드, 푸드플랜 등은 마치 농업과 농촌의 대안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며, 농업의 손을 떠나 거대 자본의 자산 플랫폼이 되어버린 농산물 유통의 1번지인 공영도매시장은 시장도매인제, 상장예외품목, 개혁 등등 농업인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자본가들이나 이해집단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농업인구가 1000만명에서 240만명으로 5분의 1 줄어드는 동안 농협 임직원은 3배나 늘었고, 농업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도 대폭 증가했다. 여기저기서 청년농부 육성이라는 명목 아래 창업지원과 보육, 컨설팅 등을 기획하고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쏟아내고, 많은 정치인들과 단체장들이 농업은 포기할 수 없는 근본이라고 외치는 모습도 여전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마지막 달의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우리 농업은 여전히 힘겨운 모습이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희망보다는 절망의 단어가 더 익숙해질까 두렵다.

어느 쪽이 농정의 올바른 방향인지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지식이 내겐 없다. 그리고 농촌에서 태어나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농업을 해온 나도 우리 농업정책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딱 이거다 하고 키워드를 떠올리는데 한참의 시간도 부족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노력했지만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다양하게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도 생각해본다. 다양함이 당연한 것이 되어 본질을 벗어난 다양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낭비되는 모습들도 한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공익형직불제’로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고 하지만, 유럽의 사례를 보면 본래의 목적을 정확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계획과 정밀한 시작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봐온 정책 실현의 모습에서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솔직히 약간의 회의감도 든다. 공익형직불금 3조원은 단순하게 계산하면 가구당 300만원 남짓이다. 본연의 목적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이 필수인데 매년 0%대 증가한 농업 예산의 추이를 보면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직불금 정책은 그것대로 노력해야 하지만 생산소득 증대에도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농산업정책의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으니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생산·가공 ·유통을 하는 내 생각으로는, 안 되는 이유보다 시장의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전에 미리 생산기반을 만들고 수요를 창조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513%의 쌀 관세 확정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나마 최선이라지만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며 우리들에게 부족했던 것이 ‘지혜와 용기’였다는 교훈도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2019년을 마무리해가면서 한해 우리 농업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다가 문득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떠올린다. 희망은 어차피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 방향을 잘 정해서 정밀하고 치밀하게 전진해 나가는 2020년 활기찬 농업·농촌의 우리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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