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일부 지역농협 전환 움직임
가격 시장상인에 좌우될 우려

엄청난 부담·위험 감수하며
매취 유지해온 많은 지역 농협
현실적 요구 답 제시하지 못한
정부·농협중앙회 방기 탓 비난


일부 지역 농협에서 매취형 계약재배를 수탁형 계약재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해당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매취형은 조합에서 일괄구매 후 직접 판매까지 담당해 농가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수탁형은 조합이 판매만 대행한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지난 11월 25일 ‘마늘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수탁형 계약재배로의 전환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산지에서 2020년산 마늘 계약재배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 농협에서 생산자들에게 수탁형의 장점만을 강조, 홍보하고 있다. 마늘생산자협회는 이를 수탁형 계약재배로 전환할 움직임이라고 보며, ‘농협의 고유 업무인 농산물 판매 사업을 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매취 마늘의 문제로 지역농협이 엄청난 부담을 가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매취형 계약재배를 해 왔던 이유는 농협이기 때문이며, 공동생산, 공동구매, 공동판매는 농협의 주요 가치이기도 하다”며 “매취형 계약재배에선 기존 매취로 사들인 마늘을 판매하기 위해서라도 판매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밖에 없었고, 억지로라도 경제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협이 수탁으로 돌아서는 순간 마늘 가격은 완전히 시장상인에게 돌아가 버린다. (수탁형을 홍보하면서) ‘가격 상승기에 농업인 수취가격이 올라가 농가소득이 증대’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가격 하락 시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마늘생산자협회는 그 책임을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돌렸다. 협회는 “생산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일선 지역 농협은 농민들의 편에 서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많은 농협에서 매취형 계약재배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농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농협중앙회 경제지주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책임 방기가 컸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농협의 유통혁신을 도와야 할 경제지주는 오히려 연합 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농식품부는 지역 조합장들의 수많은 현실적 요구에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지 못해왔던 것도 사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마늘생산자협회는 “마늘 생산자들도 마늘 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수급조절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매취형 계약재배를 수탁형 계약재배로 돌리려는 지역농협은 해당 움직임 중지 △농협중앙회 경제지주는 연합마케팅사업에 대한 구체적 대안 및 일선 지역농협에서 공통으로 50% 이상 계약재배 가능한 방법 제시 △정부는 채소생산안정제 예산 확대를 통해 농가 생산비 보장과 지역농협 유통 손실 보장 방법 제시 △농식품부와 농협은 마늘 산업의 근본 대책 조속히 수립 등을 촉구했다.

이태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현재 마늘업계는 수확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바닥세에 힘들어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게 생산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 아직 일부지만 매취형이 수탁형으로 전환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 실현되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여지도 크다”고 우려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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