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어떻게 달라졌나
마블링 15.6% 이상 ‘최상급’
평가항목 각각 등급 매겨
가장 낮은 등급이 최종등급
농식품부 “사육기간 단축 기대”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져

▶현장 우려 목소리 고조
1++등급 공급량 확대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사육월령 단축 비용 절감보다
농가소득 하락폭 더 클 수도
고급육 인식 저하도 걱정


12월 1일부터 쇠고기 등급제가 개편됐다. 정부는 쇠고기 등급제의 개편 이유에 대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쇠고기 등급제 개편이 한우농가들의 소득 감소, 고급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방향과 정부의 기대=농식품부는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가 장기 사육을 유도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높이고 지방량 증가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편을 추진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주요국의 소 사육기간을 살펴보면 미국 22개월, 일본 29개월, 한국 31.2개월로 한우 사육농가들의 사육기간이 가장 길다.

쇠고기 등급 기준 개편 내용에 따르면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춰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을 조정했다. 현행 지방함량 17% 이상(근내지방도 8·9번)인 1++등급은 15.6%(7~9번)으로, 13~17%(6·7번)인 1+등급은 12.3~15.6%(6번)로 하향 조정됐다. 평가항목(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 등) 각각에 등급을 매겨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적용하는 최저등급제를 도입했다. 육량등급도 정육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육량지수 계산식을 개선했다. 현재 품종·성별 구분 없이 단일 계산식을 적용했지만 1일부터 품종·성별 등을 고려한 6종의 계산식으로 육량등급을 산출한다.

농식품부는 이번 쇠고기 등급제 개편이 생산비 절감과 소비자들의 선택폭 확대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등급을 받기 위한 평균 사육기간을 31.2개월에서 29개월로 2.2개월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리당 44만6000원의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연간 1161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등급에서도 지방함량에 따른 선택의 폭이 확대됐다. 현행 판매표지판에는 쇠고기 등급만 표기됐지만 앞으로는 등급과 함께 근내지방도도 표시돼 소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의 우려=정부의 쇠고기 등급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현장에서는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우농가들의 소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본보가 입수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도체 등급판정기준 개편에 따른 개정 전후 영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1++등급의 출현율은 14.7%에서 22.3%로 늘어난다. 1+등급 출현율은 28.8%에서 24.3%, 1등급은 30.4%에서 27.0%로 줄어든다. 1+등급과 1등급의 감소분이 1++등급으로 고스란히 이동한 것이다.

1++등급의 공급량 확대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농식품부도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6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1++등급의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1++등급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 예측대로 사육월령 단축에 따른 생산비 절감 금액 보다 1++등급의 공급확대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초래되는 농가 소득 하락폭이 더 크다면 정부가 언급한 긍정적 효과인 생산비 절감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또 농식품부 전망대로 사육월령이 29개월로 단축될 경우 단기적으로 한우 출하두수가 몰릴 수 있다. 출하두수 증가로 인한 가격하락도 불가피해 사육월령 단축에 따른 경영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6개월의 계도기간이 한우 고급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개정해 11월 27일 고시한 ‘소·돼지 식육의 표시방법 및 부위 구분기준’에 따르면 쇠고기 1++등급의 경우 등급표시 뒤에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에 표기된 근내지방도(마블링)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근내지방도를 나타내는 숫자(7~9)를 등급표시와 함께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내지방도 7인 1++등급의 쇠고기는 1++(근내지방도 ⑦, 8, 9)로 표기, 소비자들이 세부사항을 알 수 있게 명시한다.

문제는 그동안 1+등급을 받았던 근내지방도 7 쇠고기가 이번 개편을 통해 1++등급으로 상향 조정된 부분이 현장에 제대로 알려져 제도 개편 취지에 맞게 이행될지 미지수다. 소비자 입장에선 1++등급에 대한 선택폭이 당초 근내지방도 8·9에서 7·8·9로 넓어졌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표기하지 않을 경우 1++등급 쇠고기에 대한 인식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항은 6개월의 계도기간(12월 1일~2020년 5월 31일)이 부여돼 실질적인 제도시행은 내년 6월부터 시작된다는 인식도 있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쇠고기 취급 업소에서는 제도 개편에 맞춰 식육판매표지판을 바꿔야 하고 정육점들은 근내지방도가 표시되는 라벨이 출력되는 저울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모두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식육업소들은 현행 사항을 유지하다가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임박해서 제도 개편에 맞춰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이렇게 될 경우 1++등급으로 알고 구매한 근내지방도 7 쇠고기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연 1++등급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수 있다. 이전에는 근내지방도 7이 1+등급이었기 때문”이라며 “식육업소에서 변경된 사항을 제대로 표기해 해당 사항을 알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많지 않겠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고급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농가 입장에서도 고급육에 대한 사육의지가 다소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정부는 11개월의 유예기간과 충분한 홍보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하지만 농가와 소비자, 음식점·식육업소 등을 대상으로 충분하게 홍보를 진행하지 않은 채 제도를 시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에 육량지수를 변경할 때도 정부는 농가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며 “제도 개편에 맞게 농가들은 사양관리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근내지방도 숫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이 같은 내용을 현장에서 충분히 인지할 만큼 정부가 홍보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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