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비싸도 효과가 좋으니까 어쩔 수 없이 쓰지.”

전북의 한 토마토 농장. 이곳 한쪽에 이스라엘산 복합비료가 쌓여있다. 이 복합비료 가격은 25㎏기준 10만원대. 국산 제품보다 4배 이상 비싸다. 농가 경영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복합비료를 써야 하지만, 농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효과’ 때문이란다. 농가의 말은 이랬다. “한국사람이니까 당연히 한국 것을 쓰고 싶지. 그런데 효과가 눈에 보이는데 안쓸 수 있어? 국산은 보이지도 않고.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

단편적인 예일 수는 있다. 그러나 무기질비료산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사례이긴 하다. 복합비료 시장에서 수입산의 공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 ‘기능성’에서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수입 복합비료 비중은 2000년 1.3%, 2010년 8.8%, 2018년 13.5%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국산 복합비료가 채워주지 못하는 ‘기능성’을 수입 복합비료가 메워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들이 기능성을 위한 R&D에 과감히 투자를 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이다.

2018년 한국비료협회 회원사(6개) 영업이익은 누적적자 694억원이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기능성 있는 신제품을 만들자고 해서 제안서를 만들어 경영진에 제시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돈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냥 지금 상품이나 만들자’고 한다”고 토로했다. 무기질비료업계의 현실을 대변하는 푸념인데, 이 같은 이유로, 연구소 문을 닫은 곳도 있고, 또 연구소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곳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입비료에 의한 국산 비료시장 장악이 농가에게도 부담이다. 국내 무기질비료 생산업체가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그 빈자리를 수입산이 차지하고, 국산 비료시장에서 이들의 자리가 커질수록 입김 또한 세질 수밖에 없다. 이때는 수입비료 가격을 제 마음대로 올려도 이를 제지하긴 힘들다.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비료를 써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국산의 고품질 비료를 통해 건전한 비료시장을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들은 농협 납품가격에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게 핵심으로, 앞선 문제들의 해결방안이다. 기업들의 괜한 ‘앓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무기질비료는 농업인들에겐 필수자재이며, 친환경농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기질비료를 사용한다. 적정 가격의 무기질비료 공급, 무기질비료 생산업체가 자리를 지켜야 가능한 역할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기능성 비료가 부각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해 ‘적게 살포하면서 고품질 상품을 거둘 수 있는’ 비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다. 기능성 비료와 같은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수익이 있어야 하니 납품가격 조정은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다. 무기질비료 입찰시기가 다가온다. 무기질비료 생산업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 할 때가 아닐까.

조영규 기자 농산팀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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